만리장성의 책을 베고 누운 독서가에게

by 김갑중 posted May 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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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앉아서 천리를 봅니다
책 속에는 카메라의 줌렌즈가 끌어당긴 풍경들이 있지요
삼국지에는 도원결의가 맺어진 날의 복숭아꽃과 제물로 올린 검은 소와 흰 말이 보입니다
동방견문록에는 마르코폴로가 여행한 쿠빌라이의 궁전과 원나라의 풍경들이 보입니다
당신은 천개의 망원경으로 시공간을 종횡무진 돌아다니는군요

   당신은 서서 만리를 봅니다
천문학 책들은 우리 우주가 십억 개의 별을 가진 십억개의 은하성단으로 관측된다고 말합니다
'거품 우주론'은 관측된 우리 우주가 태초에서 부푼 거품우주의 하나라고 하는군요
사물의 최소단위를 밝힌 '끈 이론'은 십의 오백제곱에 해당하는 다른 우주가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군요

   대격변이라고 말합니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중심과 일직선이 되는 궤도로 진입한다고 합니다
마야 피라미드는 마야력 제 5태양의 시간이 2012년 12월 22일에 흑암바다로 일몰한다고 합니다
이름과 수와 컴퓨터로 디자인한 지구문명이 바벨탑처럼 무너지면
무명계의 법계가 호수같이 드러나는  새 태양의 시간이 떠오를까요

   태초의 빛이 얼음처럼 식은 꿈 동산에 당신과 내가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얼마나 크고 넓은 걸까요
시공간은 회전하고 진동하며 불타서 연기로 가득한 '천일야화'의 무대입니다
우리 우주를 디자인한 '우주상수'는 커다란 모자이크 벽화의 무늬 하나로군요
보이지 않는 무늬들이 수놓은 다른 우주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이 벽화를 모두 보여주는 하늘의 문학은 언제 출판이 될까요

         - 김백겸의 신작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