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험한 세상에 함께 쌓아온 깊은 추억




1994년 3월, 학교 대강당에서 담배 몇 개비를 후배들에게 빌려와 피우며 형제가 되기를 원했고 어줍게 허락한 지가 16년, 한참의 세월이 흐르도록 잘 지내왔고 이제는 제법 유명한 시인이기도 한 후배를 만났다. 차가운 겨울 아침 7시에 출근하느라, 일이 밀릴 만큼 바쁘게 업무를 마치느라, 힘들게 일을 하지만 꽤 많은 급여를 받는다. 다음 달에는 보너스에 급여도 오른다니 어려운 실직 끝에 얻은 다행스런 일이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약속을 지키겠다며 먼저 도착하여 양념곱창을 굽고 있었다. 오늘은 돈 신경쓰지 말고 실컷 먹으란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려면 조금 덜 마시라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내일 일은 내일 일이라고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고 긴 장미 담배를 물더니 가끔은 자유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고단함도 슬쩍 묻어냈다. 약간 취기 오른 발걸음에 이래저래 지갑을 찾아 꺼내더니 차비하라며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넸다. 그에게는 참 소중한 돈일테니 괜찮다고 안 받으려니 성의라고 해서 억지로 받았지만 미안하다. 아침이면 어제 밤에 잘 들어갔느냐고 늘 그랬듯이 전화가 왔다. 우리가 살면서 작고 소박한 정겨움을 잊고 사는 것 같았다. 늦은 겨울 밤, 헤어져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춥기만 한 것이 아닌 것은 이 험한 세상에 함께 쌓아온 깊은 추억 때문은 아닐까? 친구야, 그래 우리 힘내어 살기다.





한도(韓道) 김수호(金秀鎬) planningtong@hanmail.net

Copyrights 2006~ 한신본[한반도중심신세계추진본부] www.hanbandogroup.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내용의 변형 없이 편집하여 언론 보도시 제한적 허용]

2011 1 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04 공지 100books 로고 시안 4 file 이정원 2008.05.31 1713
1703 공지 시인 백석과 그의 연인 나타샤 2 전재영 2008.04.27 1713
1702 공지 여행을! 3 양경화 2007.06.15 1713
1701 공지 형을 다시 만나다. 15 김홍섭 2007.11.05 1712
1700 절대 완전 대박 추천 도서!! 3 file 김상철 2011.02.20 1711
1699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 1 이중훈 2009.09.07 1711
1698 H1N1 Swine Flu 2 한성호 2009.04.29 1711
1697 공지 9살 재윤이랑 친구되기 7 서지미 2008.11.20 1711
1696 가입인사 안녕하세요~ ^^ 1 bioT 2015.11.06 1710
1695 빅브레인 오기욱 2010.08.23 1710
1694 축하합니다. 새로운 집의 탄생을.. 1 이병설 2009.04.03 1709
1693 공지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3 이중훈 2008.12.05 1709
1692 김조년 교수님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 中 1 박용준 2011.07.13 1708
» 한도[韓道] 김수호[金秀鎬]의 하루- 험한 세상에 함께 쌓아온 깊은 추억 1 김수호 2011.01.21 1708
1690 묵은 책 다시 열기 손임선 2009.06.19 1708
1689 공지 [공지] 백북스 운영회의 (11/16 일요일 오후 3시) 4 이정원 2008.11.14 1708
1688 가입인사 안녕하세요. 가입인사드립니다. 2 심재우 2015.10.28 1707
1687 식량문제 박경호 2011.01.18 1707
1686 보다-쿤스트독 인문학 아카데미_미술의 안과 밖 백다현 2010.07.01 1707
1685 공지 서호주 단상 4 박문호 2007.10.02 170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