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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物詩 <행복한 족속을 미워하지 말자>


 


‘외롭다’ 라고 말하지 말자.


평생 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손님들에게 잔치를 베풀면서도


나의 세포 수 보다 열배나 많은 외부 균들을 먹여 살리지 않았던가!


우리 몸에 둥지를 튼 세균들의 유전자가


내가 소유한 유전자 보다 100배나 많다는 것을 알아도,


설마 개미보다 억울하지는 않다.


초록 풀밭의 양보다는 영리하지 않던가!


우리 인생은.


 


순진한 양의 간 속에서 평생을 노닥이다가


양이 죽을 때가 되면 따라 죽기 싫어


양의 간에서 양의 장으로 이사를 한다.


자식 때문에 목숨 맡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애들 교육 때문에 불법전입 해왔다는 어느 장관보다


더 끈끈한 사랑으로,


양의 똥을 통해 간난 핏덩이를 모세처럼 내어보내고


그 애비어미는 양과 함께 죽는다.


 


똥 속에 얌전히 있던 어린 새끼들은


똥을 먹는 달팽이의 몸속에서 해산을 하고,


점액처럼 달팽이의 몸 밖으로 탈출을 한다.


 


문제는 어미가 살던 고향을 어떻게 가보나.


철이 없어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본능이다.


부지런한 개미가 새벽부터 일을 나간다.


길모퉁이에 발견된 달콤한 점액 꿀로 아침요기를 채운다.


꿀 속에 숨어있던 새끼들은 개미 배 속에 집을 짓고,


가장 힘센 형을 떠밀어 개미 뇌 속을 침범하게 한다.


 


갑자기 상상력이 풍부해진 개미는,


매일 밤 집을 빠져나와 풀잎을 찾는다.


풀 잎 꼭대기에 올라간 개미는


그날 밤에도 허기진 양이 풀잎을 뜯어 먹기를 기다린다.


오늘 밤도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새벽같이 집에 돌아가


아내 옆 잠든 척 한다.


 


낮에는 일개미답게 땀을 적시고


밤이되면 아내 몰래


풀잎을 오른다.


풀잎을 뜯는 양을 만나는 날.


개미는 유언도 없이 떠나고.


양은 또 다른 세대에게 자신의 간을 증여한다.


 


이처럼 조상 대대로 세대 세대 마다


남의 간 속에 터를 잡아 살아가는


행복한 족속이 있을까?


간 흡충 만큼. lancet liver fluke처럼.


 


우리는 결국


양이고 달팽이이고, 마지막에는 개미이다.


사랑의 이데올로기에 목숨 걸지 않아도,


결국은 희생도 본능일 뿐이다.  사랑이란 숙주조정이다.


 


2010.10. 11. 박 성 일

  • ?
    우성범 2010.10.11 10:00
    손(孫)

    외롭다고 말하지 않으려니..
    외롭다

    그저 그런 시간이 있었노라고
    내 속것들이 자라온만큼 시간으로 절개해서
    조류에 담그고 소금기에 씻어
    가을 볕에 말려보고 싶다

    흉부 중심부터 마비되어
    말을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어머니는
    비틀어진 손가락으로
    하루 밤에도 수백 번 마비된 목구멍을 닦아내며
    자신을 놓지 않으려 애를 쓰신다

    손주의 시선에,
    다가선 내 손에 고개를 떨구고,
    당신의 마음을 그리고 또 그리신다

    애써 난 당신의 딸,
    그녀의 어린 아들이다

    이처럼 조상 대대로 세대 세대마다
    착한 병에 걸린 족속이 있을까?

    사랑이라는 글자도 모르고
    희생이라는 표현도 없는
    그저 저리는 손길

    남아있는 그 손길이 당신의 체온만큼일까?
    그 따뜻함을 기억하는 손(孫)만큼이겠지
    그만큼 외롭겠지

    그저 그런 시간이 있었노라고
    내 속것들이 자라온 시간만큼 절개해서
    조류에 담그고 소금기에 씻어
    가을 볕에 말리고 싶겠지

    겨워겨워 외로운만큼..
    그만큼 행복하겠지
  • ?
    현영석 2010.10.11 10:00
    "사랑이란 숙주조정이다" 아이고야, 튀잇하다가 들어와 대충 읽을려고 했더니 어렵고 심오한 시입니다. 다시 읽기. 또다시 읽기. 언제까지. 감을 잡고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야 끼어들기나 할낀데. 헉헉
  • ?
    우성범 2010.10.11 10:00
    박성일 원장님 글 읽고나니
    노환으로 힘들어하시는 외할머니 생각이나서..

    지독하게 외로울땐
    혹 내 가슴에 숙주가 있나 싶습니다.

    정원씨는 어디에? 옆구리에?

    이 가을에 우린 외로움 덩어리
  • ?
    김미선 2010.10.11 10:00
    참고하세요.(소설 '개미'에 등장한 기생충, 창형흡충)

    http://www.koreahealthlog.com/2029?category=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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