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物詩 <행복한 족속을 미워하지 말자>

by 박성일 posted Oct 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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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物詩 <행복한 족속을 미워하지 말자>


 


‘외롭다’ 라고 말하지 말자.


평생 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손님들에게 잔치를 베풀면서도


나의 세포 수 보다 열배나 많은 외부 균들을 먹여 살리지 않았던가!


우리 몸에 둥지를 튼 세균들의 유전자가


내가 소유한 유전자 보다 100배나 많다는 것을 알아도,


설마 개미보다 억울하지는 않다.


초록 풀밭의 양보다는 영리하지 않던가!


우리 인생은.


 


순진한 양의 간 속에서 평생을 노닥이다가


양이 죽을 때가 되면 따라 죽기 싫어


양의 간에서 양의 장으로 이사를 한다.


자식 때문에 목숨 맡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애들 교육 때문에 불법전입 해왔다는 어느 장관보다


더 끈끈한 사랑으로,


양의 똥을 통해 간난 핏덩이를 모세처럼 내어보내고


그 애비어미는 양과 함께 죽는다.


 


똥 속에 얌전히 있던 어린 새끼들은


똥을 먹는 달팽이의 몸속에서 해산을 하고,


점액처럼 달팽이의 몸 밖으로 탈출을 한다.


 


문제는 어미가 살던 고향을 어떻게 가보나.


철이 없어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본능이다.


부지런한 개미가 새벽부터 일을 나간다.


길모퉁이에 발견된 달콤한 점액 꿀로 아침요기를 채운다.


꿀 속에 숨어있던 새끼들은 개미 배 속에 집을 짓고,


가장 힘센 형을 떠밀어 개미 뇌 속을 침범하게 한다.


 


갑자기 상상력이 풍부해진 개미는,


매일 밤 집을 빠져나와 풀잎을 찾는다.


풀 잎 꼭대기에 올라간 개미는


그날 밤에도 허기진 양이 풀잎을 뜯어 먹기를 기다린다.


오늘 밤도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새벽같이 집에 돌아가


아내 옆 잠든 척 한다.


 


낮에는 일개미답게 땀을 적시고


밤이되면 아내 몰래


풀잎을 오른다.


풀잎을 뜯는 양을 만나는 날.


개미는 유언도 없이 떠나고.


양은 또 다른 세대에게 자신의 간을 증여한다.


 


이처럼 조상 대대로 세대 세대 마다


남의 간 속에 터를 잡아 살아가는


행복한 족속이 있을까?


간 흡충 만큼. lancet liver fluke처럼.


 


우리는 결국


양이고 달팽이이고, 마지막에는 개미이다.


사랑의 이데올로기에 목숨 걸지 않아도,


결국은 희생도 본능일 뿐이다.  사랑이란 숙주조정이다.


 


2010.10. 11. 박 성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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