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뇌

by 이중훈 posted Aug 12,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무신론 반박 책 잇따라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만들어진 신'에서 신은 인류가 만들어낸 "망상"이라며 과감하게 신의 존재를 부정하라고 주장했다.

종교와 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제기한 도킨스의 주장은 큰 파장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신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에는 도킨스의 주장에 반박하며 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책들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과학적 근거로 신을 부인한 책이라면 '신은 뇌속에 갇히지 않는다'(21세기북스 펴냄)는 역시 과학에 근거하면서도 신과 종교적 경험에 대한 증명을 시도하는 책이다.

저자인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의 연구원 마리오 뷰리가드는 신비 체험 등 다양한 영적인 경험들이 뇌에서 일어나는 물리, 화학적 반응에 의한 망상일 뿐이라는 유물론적 신경과학자들의 주장을 과학 실험을 통해 반박한다.

저자는 우선 가르멜회 수녀들에 대한 뇌 실험 결과를 반박의 증거로 제시한다.

기도와 명상 중에 종교적 체험을 한 수녀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촬영한 결과 측두엽 뿐만 아니라 하위 두정소엽, 시각 피질, 미상핵 등 뇌의 많은 영역이 종교적 체험과 연관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을 믿게 하는 '신의 영역'이 측두엽에 있다는 유물론적 신경과학자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유물론적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영성은 진화를 통해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인간 종(種)의 한 특징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또 유물론적 신경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최대 난제로 인간 정신과 자유 의지를 꼽았다.

유물론적 신경과학자들이 아직까지 인간 정신과 자유 의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으며 비유물론적 접근 방식이 유물론적 접근 방식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또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종교적, 영적 체험이 실질적인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인간의 삶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플라시보(placebo) 효과.

가짜 약(僞藥)을 썼는데 치료가 되는 플라시보 효과는 신체와 정신이 연관돼 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정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유물론자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번역 출간된 '신을 옹호하다'(모멘토 펴냄)는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학비평가인 테리 이글턴이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무신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한 책이다.

이글턴은 이 책에서 대표적 무신론자인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를 '디치킨스'라고 한데 묶어 부르며 이들이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루는 과학과 신학을 같은 범주에 넣어 비교하는 '범주의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