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떠난 친구가 생각나는 날

by 이연순 posted Jul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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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 한것이
오늘은 비가 그립다.
비라도 주룩 주룩 내렸으면..좋으련만
오래전 먼 여행을 떠난 친구가. 생각난다
친구라기 보다 한동네 살면서 알게된지 불과 2년정도 였고
동갑이라는 이유로.. 아니 그보다 그 친구 주변에 정을 줄 만한 사람이 없었던 이유였을 것 같았다
우연히 동네 복지관에 취미삼아 다니다 알게된 그 친구는 유난히 나를 따랐다
내 필기 노트를 빌려가고 쇼핑도 함께 다니며 이런 저런 주부들의 속이야기까지..
마치 오랜 친구사이처럼 사소한 가정이야기들까지 다 털어내보였다 
딸만 넷인 가정에 큰딸로 태어나 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하고 
금융기관에 다니는 남편과결혼을 해서  아들만 둘을 두었다
겉보기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가정.
그러나 그녀는 남편에게도 자식들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슬픈 여자일 뿐이였다
남편에게 맞으며 피 투성이가 되어도 중 고 학생인 두 아들은  방에서 내다 보지도 않는단다
그렇게 두들겨 맞고 한밤중에 대문밖으로 쫓아내기도 여러번,
주변에 시댁쪽 동기간이 살고있어도 남의 일 보듯 한단다
남편은 그녀에게
"살기 싫으면 나가라 십원도 위지료 못주니까 재주껏 뜯어내봐라"하며
온갖 험한 말을 다 한단다.
내가 안살아봤으니 무슨사연으로 그렇게 허구헌날 싸웠는지 남의 부부 간의 일 어찌 다 알수있을까 마는
여자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지나치게 소심하고 융통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없는
조금 답답한 타입이랄까..
그래도 제딴엔 나름대론 남에게 피해안주려고 노력하며 사는사람이였다
어느날 전화가 왔다.
"으 응... 나야 뭐해?"
"암것두 안해 왜?" 
"저기... 나 죽을거야...."
? 뜬금없이 무슨 그런 농담을 ....
"그래?언제 죽을건데?"
난 농담이라 생각하고 태연하게 되물었다
"저기... 나..몇달 못산데.."
그 친구의 목소리엔  마치 남의 이야기 하듯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않았다 
그러니  농으로 생각을 할 밖에..
"누가 그래?ㅎㅎㅎ"
"... 병원.......의사가..."
"...............!!!"
쇠망치가 뒷통수를 친다..
나는 대답할 시간도 주지않고  쉴새없이 쏘아댔다
어디가 아픈거냐?무슨 병이냐?암이냐? 증상이 어떠냐? 어느병원 갔었냐?
남편은 아냐?수술할 가능성이 없냐?
그러다 전화기를 놓고 덜덜 떨리는 다리로 어떻게 갔는지. 기억조차없이  친구집으로 달려갔다
몇달전부터 목덜미 근처에 멍울이 생겼는데 아프지 않아서 신경을 안썼단다
어느날 만져보니 어느새 덩어리가  제법 커져 밤톨만하게 손에 잡히더라고
다른 약을 사러 약방에간길에 물어봤더니 약사가 의사에게 보이라고 했단다
그래서동네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 가보라고 암인듯 싶다고 ...
그길로 일산 암쎈터로 갔더니 
폐암이 임파선까지 전이되어 수술도 불가하니   
집에가서 먹고 싶은거나 실컷 먹으며 남은 시간 마음 편히 살라고 하더란다
그때가 5월이였는데 그해는 못넘긴다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그때 그 친구의 나이42세였다
나는 일주일 동안 잠을 못잤다
분하고 억울해서 어떻게 죽나?
그렇게 살다 갈것을 그리 아등 바등 살았나
남편에게 살갑게 사랑도 못받았다 허구헌날 맞아서 시퍼렇게 멍든 몸둥이리로 산 날이 더 많았는데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엄마도 아니였다.
어떻게.. 어떻게...그렇게 빨리 가야할거라면  짧은 생이라도 행복하게 살게 하지
(썩을 넘의시키.. 벌은 그넘이 받아야 허는디 시상에 억울해서 어쩐대...!!)
(그넘의 인간 두들겨 패는것두 모자라 한밤중에 피 철철 흘리는 마누라 대문밖으로 내쫒더니 이제 춤을 추고 다니겠군)ㅠ.ㅠ
나는울화가 치밀어 잠을 못잤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벌떡 정신이 들고
내가 만약 그 친구였더라면 병때문에 죽는게아니라
울화가 치밀어서 분하고 원통해서 지레 숨이멎었을거다 
정작 그 친구는 삶에 애착이 없는듯.. 그냥 그대로 받아드리는듯싶어 보였다
거제도 어느 산고랑탱이 폐교에서 병원에서 가망없다는 말기암환자들이 모여있다고
남편의 손에 이끌려 내려갔다길레 물어 물어 찾아가봤더니
그곳에서 유목민 같은 생활을 몇달 하고있었다
나무를해서 땔감을 구하고 불을때서 물을 데워야 씻을수있고
계곡에서 흐르는 개울물에 쌀을씻어 밥을하고......
새까맣게 끄을려지고 젖가락 처럼 메마른 친구가
해가 바뀔즈음 돌아왔다 
그리고 그 친구는 말했다
"진영엄마..나 지금 참 행복해.."
운명은 어찌 그리도 야박한지
힘없이 베실 베실 웃던  그 친구는
죽음을 마주하고 앉아서  행복하단다..
무표정한 얼굴로 교과서 읽듯이 아무런 느낌도 실리않은 말이지만
나는 목이 메어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그 썩을 넘의 인간 허구헌날 두들겨 패던 인간이 죽는다니까
그래도  마누라 라구  미안한 생각은 들던갑다
주말이면 거제도에 내려와 일주일간 쓸 나무 해주고
물데워 씻겨주고 빨래도 해주고  했단다.
아마 그 것이 결혼하고 처음이자 마지막 행복했던 순간이였을거다 
그 친구에겐....
그렇게 가까스로 그해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봄에
친구는 떠났다
먼 여행을.....
그리고 .....
그 친구의 남편은
일년도 안되  새장가를 갔다
삶의 회의........
인생무상........... 
뜬금없이 친구가 그리운날 
비가 왔음 좋겠습니다
빗줄기의 커텐이 쳐진 창가에서
커피를 마실수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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