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감사합니다. 저는 부족한 점이 많아 계속 공부하고 노력해야 합니다만, 그래도 높은 문학의 벽을 어떻게 넘을까 고민입니다. 박문호 박사님은 소설보다 은유시스템인 시를 훨씬 높게 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시는 함부로 도전하지 못하는 경지라서.^^
제가 문학 공부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수확은 <언어의 감옥>입니다. 우리가 한국어에 규정되고 종속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저번 박문호 박사님이 용산에서 했던 뇌과학 강의에서 비고츠키의 저서를 들어 <인간은 언어에 물든 지각을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은 밀폐된 존재이다>, <글자는 고정시킨 제스추어(기호)>라고 했습니다.
작품을 써보면서 그 사실을 깨달은 점이 성과입니다. 위대한 작가는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통해 <밀폐된 존재>에게 숨구멍과 탈출구를 만든 사람입니다.
그 점과 관련하여 당선 소감문을 아래에 올립니다.
< 소설을 쓰면서 한국어를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어나서 지금껏 쓴 말과 글을 모르다니, 그럴 리 없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초고를 고치고 또 고치면서 얕은 모국어 실력에 질리고 말았다. 참담했다. 참담했지만 또 다른 경이였다.
한국어는 나를 휘감고 흐르는 공기요, 바람이었다. 단 삼 분만 숨을 멈춰도 생명을 앗는 귀중한 삶의 원천이었다. 나는 그걸 모르고 지금껏 태평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그제야 국어로 쓴 시와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쌓인 낱말이 문단이 되고, 그 문단이 모여 울림을 만드는 경이. 예전에 읽었던 작품이 모두 새롭게 보였다. 한 글자도 더하거나 빠지지 않는 부드럽고도 아귀 단단한 결이었다.
소설 공부를 하면서 취미로 삼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인생 모두를 걸고 쓰라고도 들었다. 겨우 그 당부의 귀퉁이를 잡은 모양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나를 감싸고, 나의 존재,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한국어의 물결, 그 푸른 물속에 풍덩 빠져야 할 일이다.
나를 문학의 길로 이끈 분들, 모자라는 나를 가르치신 선생님들, 부족한 나의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