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경우의 수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by 지석연 posted May 29,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7살짜리 남자아이와 함께 가위바위보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랬죠.
"나는 '바위'를 낼 지도 몰라."
그리고는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아이는 '보'를 내었고, 저는 '가위'를 내었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약간 붉어집니다.
제가 다시 말합니다.
"나는 '바위'를 낼 지도 몰라. 그러면, 너는 '보'를 낼 지도 모르겠네? 그러면 나는 '바위'를 안 낼 지도 몰라." (진하게 칠한 부분은 강조해서 말 한다고 한 부분입니다)

다시 가위바위보!
아이는 또 '보'를 내었고, 저는 '가위'를 내었습니다.

아이가 당황합니다.
다시 제가 말합니다.
"나는 '바위'를 낼 지도 모르고, 안 낼 지도 몰라. 그러니까 너도 내가 바위를 낼 지도 모르고, 안 낼지도 모르겠지?"

아이가 소리지르며 말합니다...

"아아아아악~~!!!!!! (귀청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선생님이 '바위'를 낼 지도 알아요!!!!!" ('바위'를 낼 지도 몰라 에 대한 다른 말을 자꾸 하니까, 최선을 다해서 반대말을 한 것 같아요...)

받아들일 수 없는 둘의 격차 속에서, 저는 우선 사과를 했습니다.
일단, 미안했습니다. 의외로, 대번에 진정이 되었습니다.

바위는 가위를 이기고, 가위는 보자기를 이기고, 보자기는 바위를 이기고...

셋의 상황에 대해 두 사람이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는 상태에서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겠습니다.

그런 설명이 필요하고, 그런 설명으로 납득하는 아이들로 인해
어른의 모호한 말들이 좀 더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도를 닦는 것이, 이런 길일까 싶기도 합니다...... 끙....

Articles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