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보지 않은 곳

by 박성일 posted May 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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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곳>





군대가 비어있는 스물셋 아들의 침대에 누워본다.


 


남쪽으로는 보스톤 시내 푸르덴셜빌딩이 그려진 벽지가


 


긴 여행에 지쳐 길가에 누운 어느 사내의 한숨을 내쉰다.


 


북쪽 창에는 우성이 산마루 오월의 유치한 녹색이


 


눈에 걸린다.


 


침대 옆 손이 닿는 4단 책장에는


 


오래 전에 읽었던 나의 낡은 책이 있고,


 


맨 위 칸 꼭대기에는 10여년도 넘은 레고 블록이


 


도시를 만들고 있었다.


 


그 놈은 내게 가까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서너 평 남짓 아들 방에 왜 이리도


 


가보지 않은 곳이 많은가.


 


아들 놈 가슴팍 한번 쓸어 준 적이 없는 내가


 


세상의 어느 곳엔들


 


가보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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