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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도도한 흐름에 푸욱 빠지다.


- <철학 vs 철학>의 저자 강신주님의 강연을 듣고,



강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청중들의 중후함에 좀 놀랐다. 젊은층이 많을거라 예상했는데 평균적으로 중년층 이상의 분들이 열심히 경청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분답게 이제 막 간단한 산행이라도 다녀온 듯한 옷차림과 소탈한 강신주님의 모습에 눈길이 멈추었다. 미리 나누어준 프린트물은 <철학 vs 철학>의 내용들로 복잡한 머릿속을 하나의 강줄기를 중심으로 제대로 정리를 해 주었다. 세상과 동떨어진 선문답과 머리복잡한 그네들의 관념만이 가득한 철학이라 무지한 오해를 하면서도 늘 경계밖에서 기웃거리다 좌절하기를 여러 번이었다. <철학 vs 철학>은 이런 나를 친절하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철학적 사유에 빠져들게 했다. 강연도 정식만찬후의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느낌이라 할까?!



철학자와 시인을 동급의 위치에 놓고 육지에서 듣는 바다 속 풍광에 대한 비유는 내 머리에 쏘옥 또아리를 틀만큼 재미있고도 탄성을 느끼게끔 하였다. 즉, 시인은 바다 속의 풍광에 대해 육지인들에게 주관적으로 들릴만큼 감성적으로 전해주는데,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지만, 일단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아! 이런것이구나 하며 시인의 묘사에 객관성을 얻는다는 것이다. 철학자는 그물의 그물코와 같다는 것. 스피노자의 철학, 니체의 철학 등 개개의 철학이 그물코이다. 바다에 던져진 그물을 건져 올렸을 때 그 속에 잡힌 여러 물고기들과 해산물들은 바다 속을 확실히 보여주지만(그래서 객관적이라 보게되고), 그물코(철학자들마다의 개념, 관념 등)의 틈새로 빠져나간 다른 바다생물들이 있어 모든 것을 보여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주관적 감성만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시를 읽을 때는 명확한 지식이나 확실한 개념 등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책의 효율성만을 따져 시 읽기를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강신주님의 이러한 설명에 시 읽기에 도전하고픈 맘이 생겼다. 황지우, 이성복 시인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이 참으로 즐겁다. “‘사이’라는 것, 나를 버리고 ‘사이’가 되는 것. 너 또한 ‘사이’가 된다면 나를 만나리라” 이성복님의 이 싯구절을 책에서 읽었지만, 사실 제대로 이해는 못하고 있었다. 강연을 통하여 그 의미를 가슴속으로 느끼게 되어 이 점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에피쿠로스 vs 스토아, 스피노자 vs 라이프니츠 그리고 공자 vs 장자의 철학의 논점과 흐름이 어느새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질적, 양적 두께가 만만치 않은 이 책을 처음부터 차례로 완독하려는 무모함을 부리지 말고 관심가는 부분부터 읽고 반만 읽어도 완독한거와 다름없다”는 저자의 말대로 모두 56개의 부제는 선택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나처럼 완독하고 강연을 들은 사람들은 복잡했던 여러 논리, 개념들이 하나의 줄기로 정리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또 책을 읽기전의 독자들은 저자의 설명대로 본격적인 독서전의 안내역할을 하였을 거라 생각한다. 2시간의 예정된 강연은 시간을 훌쩍 넘어 이어져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방대한 양의 철학내용을 정리하려면, 얼마만의 수고가 투입되었을 것인가 하며 존경스럽기도, 부럽기도 하였다. 책을 쓰면서 10kg의 몸무게가 빠졌다는 강신주님의 말에 지난한 작업의 녹록치 않았음을 짐작게 하였다. 이 정도의 흐름을 정리한 분이 이제 철학자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역시 향후 공부를 더 해서 철학평론이 아닌 철학자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강신주님의 말로 약간의 흥분이 동반된 기대를 갖게 되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강연 후 질의, 응답시간이 없었다는 거다. 이제까지의 철학은 세계를 분석만 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하고 행동하는 철학을 강조했던 칼 마르크스처럼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강신주님의 철학적 성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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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주 2010.05.03 18:55
    제 후기에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달래셨다니 다행이고 감사하네요.
    "인간은 행복조차 배워야 하는 짐승이다" 어떠한 종류의 행복이냐에 따라 질적인 면에서의 결정이 나겠지요. '내면으로부터의 본질적 들뜸'상태에서 매일 매일의 생활이 행복을 배우고 실천하는 나날이 되도록 하는데 분명 철학이 큰 힘이 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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