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10.04.06 08:05

뇌와 행동

조회 수 1755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손영숙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 교수


인간의 지적인 능력을 말할 때 심리학자들이 종종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고등 인지 기능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지적인 기능 중에서도 수준이 높은 능력을 일컫는데 언어, 사고, 추론 같은 추상적인 능력들이 대개 이 범주에 들어간다. 인간의 고등 인지 기능은 우리 뇌의 피질(껍데기) 중에서도 앞쪽 부위에 해당하는 전두엽에서 수행된다. 전두엽의 기능은 대뇌 피질의 다른 부위에서 처리된 시각, 청각, 촉각 등 온갖 지각 정보들을 총망라해 시시각각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반면에 시각, 청각 등의 지각 과정은 외부 세계의 정보를 입수하는 데 주목적이 있으며 이들 처리 과정의 결과물은 전두엽에서 상황을 판단할 때 요긴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지각 과정 덕택에 우리는 저만치 앞에서 다가오는 버스가 우리 집에 가는 버스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수 있고, 멀리서 외치는 목소리가 나를 부르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지각 처리 과정은 그때그때 나타나는 시각 혹은 청각 자극 자체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제공할 뿐 그것이 나의 의도나 목표, 계획(예컨대, 오늘만큼은 일찍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싶은 바람) 등과 어떻게 연결되며 나에게 어떤 함의를 주는지는 알려주지 못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전두엽의 기능을 이야기할 때 ‘뇌 경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기업의 최고경영자 역할에 비유하기도 한다. 뇌에 입력되는(때로는 뇌가 이미 ‘기억’이라는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전두엽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는지에 따라, 마치 식재료가 같아도 조리법이나 조리사의 솜씨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만들어지듯이 전혀 다른 솔루션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두엽은 우리 뇌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고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고등한 특별 기능이 자리하고 있는 전두엽에 전혀 특별하지도 고등하지도 않은 ‘운동 기능’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운동 기능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드는 데 특별히 기여하는 바가 없어 보이는, 모든 동물들이 별반 차이 없이 보유하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기능이다. 그런 운동 기능이 왜 인간의 수많은 인지 기능 중에서도 ‘고등한’ 기능들만 모여 있는 전두엽에 자리를 잡고 있을까? 진화의 사다리에서 상대적으로 하위에 놓인 운동 기능과 최상위에 놓인 고등 인지 기능을 한데 묶어 서로 이웃하도록 설계해놓은 조물주의 저의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 의문은 우리 뇌의 궁극적인 기능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과 연결된다. 아마 이에 대한 대답은 전두엽이 수행하는 고등 인지 기능을 통해 매순간 최적의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전두엽이 내놓는 솔루션은 추상적인 형태(예를 들면 결심이라든가 결정 같은 마음상태)이다. 추상적인 솔루션 자체는 현실 세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금연 혹은 주 3회 운동 같은 ‘결심’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전두엽의 솔루션은 ‘행동화’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고 행동화는 운동 기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뇌의 복잡하고 오묘하고 경이로운 온갖 기능들은 결국 우리 근육, 몸을 움직이기 위해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해주는 것은 고등 인지 기능 자체가 아니라 고등 인지 기능의 지원을 받는 운동 기능이 아닐까? 뇌와 몸(근육)의 연결이 빈약하신 분들은 깊이 반성할 일이다.

  • ?
    이중훈 2010.04.06 08:05
    수학적 실재를 믿은 아인슈타인이나 괴델같은 분들의 근육활동은 어땠을까요?
  • ?
    이기두 2010.04.06 08:05
    그들의 뇌근육은 단단한 소나무 뿌리 같았을 겁니다.
    제가 보증할 수 있어요.


    그들의 뇌근육이 유연했다면
    그런 터무니 없는 이론을 만들진 않았를 테니까요.

    그들을 어딘가서 만나면 그들의 뇌를 녹차물에 담가놓을 텐데.....

    최소한 상한 냄새라도 안나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24 공지 뇌와 열반 - 뇌과학자의 뇌졸중을 통한 경험 12 임재춘 2009.02.22 2102
» 뇌와 행동 2 이중훈 2010.04.06 1755
2222 뇌인지과학 심포지엄 중 정용교수님의 강연 1 김지은 2011.03.07 1409
2221 뇌인지심포지움 김덕년 2010.03.22 1881
2220 공지 뇌주간(3.14일~21일)관련 행사...고려대 현장 1 서지미 2009.03.27 1798
2219 공지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The Blue day. 5 윤보미 2008.03.07 1315
2218 공지 누구의 사랑이 더 큰걸까? 2 전지숙 2008.06.11 1766
2217 공지 눈 내리는 날 / 도종환 1 이동선 2009.01.16 1498
2216 눈길 운전 조심하세요~ 5 임석희 2012.01.04 1307
2215 공지 눈이 왔다 2 김민경 2008.01.12 1428
2214 뉴트리노 2 이중훈 2010.03.22 2038
2213 공지 느낌을 갖고 말한 사람의 이야기가 상대방에게 더 잘 전달된다. 6 김주현 2008.02.12 1436
2212 공지 느티나무 도서관 2 file 박문호 2007.08.31 1731
2211 공지 늘 그자리에 있는 사람들 3 강신철 2007.05.14 2546
2210 공지 늘 짧게만 느껴지는 긴 대화 11 이정원 2007.11.09 2390
2209 공지 늘 짧게만 느껴지는 긴 대화 12 이정원 2007.11.09 2263
2208 공지 늦게 나마 가입인사드립니다 'ㅡ'* 4 유진주 2007.12.25 1215
2207 공지 늦게 오시는 분을 위한 적벽강 위치 이중연 2002.07.20 3532
2206 공지 늦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모임후기) 이중연 2002.08.07 3606
2205 늦둥이 보고서......... 1 이동선 2010.03.20 172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