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19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사진은 권선필 교수님 강연 후, 박문호 박사님 댁에서 뒤풀이 하는 모습...)

2010년 백북스에선 시집을 다룬다기에 시 한 편 올립니다.
제가 카페지기로 있는 독서 모임 '책아름세'에서 퍼왔습니다.
daum 창에 -책아름세(책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라고 쓰면 카페가 열립니다
그곳에 올려둔 좋은 시들을 가끔 올려볼게요...



생각날 때마다 여기저기 뒤져보아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시집...


이인우의 '이문동의 눈'


외대 다니던 친구가 아는 형이 시집을 냈는데


시를 좋아하는 내게 주려고 꼭 한 권 구해왔다는 '이문동의 눈'


늦은 밤, 불쑥 큰 딸이 낡은 노트를 내민다.


엄마가 예전에 버리려했던 걸 자기가 잘 보관했노라고...


거기엔 내가 직접 펜으로 옮겨 적고 그림까지 그려 넣은 '이문동의 눈'이 있고,


최인훈의 '광장'이 써있고, 까뮈의 '이방인', 카프카의 '변신'... 몇 편의 자작시...


그리고 정말 오래 된 공연 티켓...


아... 내 젊은 날이구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이문동의 눈 / 이인우 (제 21회 외대문학상 당선작 - 1983)


누구나 저마다의 영혼에는


눈덮인 오솔길 하나쯤은 열려 있다고


새처럼 제 노래에 취할 줄 알던


확신의 때가 있었다.


언제나 맑은 슬픔이 배어묻는 바람을 따라


슈베르트의 連歌마냥 줄지어 간


이파리 몇 남지 않은 가난한 나무들과


空腹의 시간을 채우던 한 잔의 술이 있었다.


한 접시의 철학도 있었다.


그러나  負債럼 쌓이는 회상의 끝에는


슬퍼하라 이문동의 거리에 또 눈이 내린다.


지난 몇 해의 여름. 타는 태양에 태양보다도


빛나는 어깨를 내어주던 튼튼한 신념들은


스스로 절망의 木碑를 세우고


이 겨울 마른 내 어깨를 세차게 두드리는 눈


아픈 눈이여


지금도 詩는 사랑을 회임하고


서적 속으로 앉은뱅이들은 춤추며 돌고 있지만


매일 영가를 불러주던 눈 찔린 가수들은


안개의 나라로 돌아가야 했다.


허무하지 않은가


허무하지 않은가


아직도 발목 묶인 말들은 궁핍의 여울을


떠나지 못하는데


살아온 변명과 살아갈 구실을 찾으며


마침에 토플책을 깔고 시를 쓰는 것이다.


눈이 내린다. 가야하는 것일까


한때 뒤섞이며 꿈꾸던 마을을 떠나


어느새 키만큼 자란 눈사람을 허물며


빨리 녹고 빨리 때묻는


흰 눈의 순수를 연민하면서


그렇게 모두 가는 것일까, 눈이 내린다.


비보다도 몇 배의 강수량으로


우리 살아갈 양의 몇 십분의 일만큼만 젖으며


成年에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입고


세계의 바깥으로 바깥으로 혹은


끝끝내 못돌아올 미궁으로.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04 [meiotic drive] t haplotype in Mus musculus (mouse) 변정구 2011.06.10 91664
4303 공지 스트로마톨라이트, 시아노박테리아 3 송윤호 2007.08.20 42485
4302 [네이버기사]단백질의 빌딩 블록, 아미노산 2 서지미 2009.07.20 31407
4301 공지 100booksclub 게시판이 오픈되었습니다. 관리자 2002.06.18 24448
4300 <과학뉴스> "우간다서 2천만년前 유인원 두개골 발견" 변정구 2011.08.03 21554
4299 공지 총.균.쇠. 와 루이스 토마스 박문호 2007.06.07 21073
4298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오파비니아 과학강연회 2/21(금)부터 매월 1회 1 고원용 2014.02.17 18928
4297 공지 박문호 박사님께서 말씀해주신 별보기 좋은 에어즈락 2 김주현 2007.06.14 18306
4296 공지 가입인사 드려요*^^* 3 김보현 2008.01.18 17041
4295 자연이란 무엇인가? 1 변정구 2011.05.24 10704
4294 공지 [오늘] 독서클럽 산행 실시 합니다.! 2 문경수 2007.08.19 10181
4293 [네이버기사]색의 근원은? 서지미 2009.08.21 10014
4292 공지 바둑 이야기 6 임성혁 2007.12.28 9810
4291 홍보 다중지성의 정원 2016년 2분학기가 4월 4일 개강합니다~! 김하은 2016.03.07 9087
4290 공지 100booksclub 2차 모임... 홍혜림 2002.06.25 8032
4289 ★제3회 백북스 뇌.인지과학 심포지엄 개최 안내 (3/5) 156 file 신양수 2011.02.23 8012
4288 공지 "8시 17분입니다" 22 이정원 2008.02.11 7988
4287 공지 100 books club 회원가입 현영석 2002.06.28 7741
4286 공지 개설 축하 및 2차 모임 안내 현영석 2002.06.22 7477
4285 공지 개설 축하 ~!!! 송윤호 2002.06.24 745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