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남님 글

by 이중훈 posted Nov 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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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남의 과학책 산책

〈브레인 룰스〉
존 메디나 지음·서영조 옮김/프런티어·1만6800원


요즘 서점에 가보면 뇌에 관한 책들이 널따란 매대를 통째 차지하고 깔려 있다. 과학 분야만 그런 것도 아니다.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분야에도 뇌과학의 최신 발견들을 곱씹는 책이 수두룩하다. 나는 그걸 볼 때마다 어쩐지 초조하다.

왜냐하면 첫째, 이걸 어떻게 다 읽나 싶어서이고, 둘째, 설령 다 읽더라도 몇 년만 지나면 더 새로운 발견들로 뒤집힐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 싶어서이고, 셋째, 내가 전문가도 아닌데 아득바득 정보를 쫓아봐야 현실에서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 싶어서이다.

앞선 두 가지는 하루가 다르게 질과 양이 팽창하는 뇌과학의 여건상 어쩔 수 없다 치기로 했고, 세 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이 책으로 대답을 들었다. 워싱턴 대학교생명공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뇌과학의 연구 성과를 12가지 두뇌 법칙으로 정리하고, 학교와 일터에서 어떻게 그 법칙들을 활용하면 학습 능력과 수행 성과를 높일 수 있을지 제안했다.

가령 법칙 하나, 몸을 움직여야 생각이 움직인다. 인간의 뇌는 하루에 최소 10킬로미터씩 걷던 환경에서 진화했기에 가만히 앉아서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우리 몸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소비하는 뇌로 바지런히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몸을 움직여 혈류를 좋게 해줘야 한다. 그러니 학교에서 체육수업을 줄이는 것은 한심한 처사다. 근무시간에 운동시간을 포함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 회의는 러닝머신 위에서 하자!

법칙 여섯, 기억은 반복이다. 단지 한 번에 들입다 파고드는 게 아니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여러 번 되새기는 게 관건이다. 법칙 여덟, 뇌는 단기적 스트레스 아래에서는 의외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만성적 스트레스에는 결코 적응할 수 없다. 게다가 법칙 둘에 따르자면 인간의 뇌는 관계지향적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가장 큰 스트레스는 관계의 스트레스이다. 따라서 아이가 성적이 오르길 바라는 부모는 열 일 제쳐두고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부터 실천하라. 이 밖에도 멀티태스킹을 잘 하는 뇌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돈 안 드는 가장 뛰어난 성과 촉진 기법은 낮잠이라는 것 등의 법칙들이 있다.


























» 김명남의 과학책 산책
‘무엇무엇의 법칙’을 알려준다는 책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까칠한 독자인 내가 이 저자의 제안들에는 선뜻 마음이 열렸다. 그래서 요즘은 마감이 닥쳐 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국이라도 과감하게 잔다. 아침에 일어나 러닝머신에서 걸으면서 골똘히 전략을 짠다. 그 후에 음악도 틀지 않고 멀티태스킹을 자제하면서 한두 시간 일한다. 뇌가 필요로 하는 잠, 운동, 주의력 집중, 적당한 간격의 되새김을 제공하고 짧게 일하는 것이 질질 붙잡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덕분에 체감하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흔해빠진 조언들인데도 설복이 되는 까닭은, 주장을 앞세우고 뒷받침하는 증거를 물색한 게 아니라 거꾸로 과학적 증거들을 놓고 아이디어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12가지 법칙이 무언지 차례에서 읽으면 그만 아니냐고? 아니다. 운동을 한다면 얼마나 자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낮잠은 몇 시에 얼마쯤 자면 좋은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 봄에 기왕 자기계발서를 한 권 읽을까 하는 독자가 있다면 대신 이 책을 권한다. 가르치는 일을 하거나 조직 관리를 하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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