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현실적 도움

by 이중훈 posted Sep 09,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서울대 황동규 교수 인터뷰


" 제가 노안(老眼)이라, 한때 눈(眼) 속에 모기가 나는 것 같은 증상에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이를 비문증(飛蚊症)이라고 하는데. 그럴 즈음 가을빛 속에 모든 게 녹는데, 내 눈 속에 나는 모기만 왜 안 녹느냐는 푸념을 하며 이런 시를 쓰고 있었지요."

'…세상 구석구석을 찬찬히 녹이는 황혼, /마치 거대한 동물의 내장(內臟) 같군, /누군가 말했다. /늦가을 저녁 /나무, 꽃, 나비, 새 들이 그대로 녹는 빛 속에 /벌레 하나 눈 속에서 /녹지 않고 날고 있다. /고개를 딴 데 돌려도 날고 있다. /눈을 한참 꾸욱 감았다 뜬다, 눈물이 고일 만큼. /눈물에도 녹지 않고 날고 있다. /날건 말건!'


그런데 마지막 연에 '날건 말건!'이라는 구절을 쓰면서, 깨달았지요. 내 눈에 비문이 보일 때마다 '날건 말건!'이라고 자신을 타이르는 겁니다. 그 뒤로는 생각날 때만 모기가 날고 보통 때는 보이지 않습니다. 내 삶과 시가 이런 식으로 공생합니다."





 


Articles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