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 호영
경주엘 갔었다.
신라 천년의 북 소리가 은은히
귀전에 울려 펴질 쯤,
먼 산자락 끝에 서 있던
불국사가 어느 덫 코앞에 다가 와 있다.
먹구름 짙게 먹은 하늘
처마 아래로 가랑비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느 동자의 붓 끝에서 움직였을까?
흐트러진 마음을 달래주는 듯한
벌어질 듯 말 듯 반달 조각 먹은 웃음
부처상이 액자들 속에 앉아 있었다.
살며시 보았다. 그네들의 마음들을.
그리고 액자 밑에 그네들의 이름들을
가만히 읽어 보았다.
뜰 안에 하늘 받든 석탑 주위를 도는
탑돌이 불자의 심정 마냥.
모두가 하나 글로벌화 시대
정직하지 못한 경상도 사나이의 뿌리 깊은 궤변에
아직 걷히지 않은 먹구름 속에서
묶은 천년의 신라 소리가 산산이 무너질까
돌아서는 걸음 거리마다 무너지는 마음이
땀방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앞날이, 우리들의 미래가
불국사 대웅전에 스며드는 땅거미처럼
고요히 잠들지 않았으면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