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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참 마음이 무겁네요.
오늘은 모임이 있어서 다녀왔지요.
'그렇지 않을까'라는 짐작을 했기에 가기 싫었던 모임이었는데
몇주 전부터 정해진 약속을 깨기 싫어서 참석했습니다.

태어나서 대구를 떠나본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이럴때, 나는 대구 사람이라는 게 참 싫습니다.
정치적 격변기마다,
대구에서는 소수의 입장에 서 있었던 지난 시간 동안
그래도 조금씩 달라질거야 라는 희망 같은 것은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일은 다 한가지인데, 지역이기주의라는 것도
합리적인 이성적 사고가 깊어지면 그래도 달라져 줄 것이라고
'고향'이니까, 애정을 버리지 못해서 연민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금씩이라도, 내 주변 만이라도 인식의 전환 같은 것을 해주지 않을까
열심히 강변하던 세월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대구 사람이라는 것도,
대구가 내 고향이라는 것도 참 싫네요.
누군가의 정치적 신념이 어떠하든, 내가 누구를 지지하든
그래도 오년간 우리의 지도자였던 분의 무참한 죽음 앞에서
참 무심하고 쉽고 잔인하게 내뱉는 그 말의 독설들에 질려서
뉴스로 보이던 분향소 주변의 경찰차들이 만든 벽보다도 더 아득한 절망의 벽들을 느낍니다.

그래도 그 분은 행복한 대통령이셨습니다.
강압이나 세뇌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처럼 자발적인 국민의 마음으로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대통령이
언제 있었던가요.

지금쯤 아시고 계시겠지요. 국민들의 애도의 마음이 그분께도 전해지지 않았을까요.
몰이해와 비난과 조소가 당연한 듯 통용이 되는 고장에서도
마음 가득한 슬픔으로 그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아주시지 않을까요.

살아계실때, 좀 더 믿어드리고 지지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제는 모든 시름과 괴로움 내려 놓고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 ?
    황혜숙 2009.05.25 09:52
    일단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슬픔을 느끼기는 커녕 독설을 하는 사람들 외계인 같은 벽을 느끼죠. 어쩌면 뇌가 아예 다른 시스템으로 되어있는건 아닌지 할 때가 있지요. 진솔한 글 잘 보았습니다.^^
  • ?
    정수임 2009.05.25 09:52
    노무현 대통령님이 있어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 ?
    표태수 2009.05.25 09:52
    지난 금요일저녁 멀리 학회에서 돌아와서, 아내로부터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믿겨지지 않았습니다만, 뉴스를 확인하고, 한동안 할 말을 잃었습니다. 주말에 밀려놓은 마당일을 하다가도, 오랜만에 찾은 바다를 보면서도 잠시 잠깐씩 생각이 밀려들고, 이내 눈앞이 흐려지곤 했습니다.
    외람되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앙시앙레짐.. 그동안 권력의 한축으로부터 자근자근 밟혀오며, 너희들의 가치가 무어냐, 너희들이라고 돈과 권력앞에서 달라질 줄 아느냐고, 똥으로 범벅이된 X들이 재묻은 X에게 뭐라고 하듯이 달려들때, 그래도 아무말 못하고, 그렇게 한시대의 가치들이 지리멸렬, 지리멸렬, 상징과 함께 냉소속으로 사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희망을 봅니다. 그렇게 그는 다시 살아나나 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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