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은 평안하시길....

by 홍종연 posted May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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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참 마음이 무겁네요.
오늘은 모임이 있어서 다녀왔지요.
'그렇지 않을까'라는 짐작을 했기에 가기 싫었던 모임이었는데
몇주 전부터 정해진 약속을 깨기 싫어서 참석했습니다.

태어나서 대구를 떠나본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이럴때, 나는 대구 사람이라는 게 참 싫습니다.
정치적 격변기마다,
대구에서는 소수의 입장에 서 있었던 지난 시간 동안
그래도 조금씩 달라질거야 라는 희망 같은 것은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일은 다 한가지인데, 지역이기주의라는 것도
합리적인 이성적 사고가 깊어지면 그래도 달라져 줄 것이라고
'고향'이니까, 애정을 버리지 못해서 연민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금씩이라도, 내 주변 만이라도 인식의 전환 같은 것을 해주지 않을까
열심히 강변하던 세월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대구 사람이라는 것도,
대구가 내 고향이라는 것도 참 싫네요.
누군가의 정치적 신념이 어떠하든, 내가 누구를 지지하든
그래도 오년간 우리의 지도자였던 분의 무참한 죽음 앞에서
참 무심하고 쉽고 잔인하게 내뱉는 그 말의 독설들에 질려서
뉴스로 보이던 분향소 주변의 경찰차들이 만든 벽보다도 더 아득한 절망의 벽들을 느낍니다.

그래도 그 분은 행복한 대통령이셨습니다.
강압이나 세뇌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처럼 자발적인 국민의 마음으로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대통령이
언제 있었던가요.

지금쯤 아시고 계시겠지요. 국민들의 애도의 마음이 그분께도 전해지지 않았을까요.
몰이해와 비난과 조소가 당연한 듯 통용이 되는 고장에서도
마음 가득한 슬픔으로 그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아주시지 않을까요.

살아계실때, 좀 더 믿어드리고 지지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제는 모든 시름과 괴로움 내려 놓고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