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by 김학성 posted May 0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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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직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월간문학>(19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