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1607 추천 수 0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치면 고칠수록 좋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쓸 때 무려 200번이나 고치고 다듬고 다시쓰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는 완벽한 작품을 쓰고 싶었으리라. 완벽한 글이란 한 글자라도 바꾸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태에 이른 글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완벽한 작품을 쓰고 싶겠지만 그들도 결국은 투자시간과 완성도 사이에서 타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타협점을 어디까지 가지고 가느냐 하는 점이 관건이다. 글쓰기에 소질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글쓰기에 소질없는 사람이라도 고치고 또 고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에서 만나는 네티즌의 글은 말을 내뱉듯이 작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글을 만나면 기분이 개운하지 않다. 신변잡기야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토론방에서도 그런 글을 많이 보게 된다는 점이다. 즉흥적으로 쓴 글은 구조, 용어, 논리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잘못된 구조는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애매한 용어는 오해를 낳고, 서툰 논리는 반박 논리를 부른다. 토론글은 문학 작품과는 다른 구조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학에서 사용하는 기승전결이나 서론- 본론- 결론 구조를 의사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에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토론글이라면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근거를 내세워 반박논리에 대응하는 구조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 문학적인 비유나 애매한 표현은 쉽고 명확한 용어로 바꿔 써서 오해를 없애야 한다. 민감한 문제를 다룬 글이라면 상대방의 기분을 거슬리게 할 만한 부분은 없는지 독자 입장이 되어 두 번 세 번 읽어봐야 한다. 그런데도 네티즌들은 토론방에서조차도 글을 즉흥적으로 써 버리곤 한다.

 


나는 글을 즉흥적으로 올리지 않는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면 우선 며칠을 생각하며 묵힌다. 며칠을 묵힌 생각도 글로 옮겨보면 어색한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고치고 또 고치면서 초고를 작성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어색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하려면 글의 일부를 과감히 버리기도 해야 한다. 이 글의 서두에서도 서양미술 최고의 작품이라 손꼽히곤 하는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에 관한 일화를 여러 번 고쳐 써 보다가 결국 들어내고 말았다. 어색한 연결을 만드는 부분은 고쳐 쓰기보다는 아예 들어냈을 때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글을 쓰려면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생략하면 안 된다. 애정을 담은 글이라면 초고 분량의 오분의 일은 들어낼 각오를 해야 하고, 열 번은 다시 읽어야 하고, 세 번 이상 다시 고쳐 써야 한다.

 


2008. 7. 18.
이정원
  • ?
    전재영 2008.07.30 23:47
    글쓰는 재미도 제법 솔솔 하지요..오랜만에 이정원님의 글을 보니 반갑네요
    저 역시 내용에 공감합니다~
  • ?
    임성혁 2008.07.30 23:47
    잔가지를 잘라 버린 글은 표가 납니다.
    절제하여 올린 글은 느낌이 다릅니다.
    그런 글들은 여운을 남기고 마음에 담게 합니다.
  • ?
    김영이 2008.07.30 23:47
    이정원회원님께서 이글을 쓰시면서 또 얼마나 고치고 고치셨을까요? 좋은글 공감하며 담아갑니다.
  • ?
    서지미 2008.07.30 23:47
    "절대 공감"
  • ?
    이병록 2008.07.30 23:47
    직장에 계신분들, 보고서도 고칠수록 좋아지죠?. 그러나 모양이 아니고 내용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04 공지 梨花에 月白하고... 배꽃에 취했는가, 달빛에 취했는가 온지당 행사 후기 9 류우정 2008.04.20 2338
4303 공지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3 강신철 2009.01.25 3840
4302 공지 힘내세요 조근희 2002.12.20 3722
4301 공지 히딩크 리더십 이야기 관리자 2002.07.04 5073
4300 공지 희망의 인문강좌에 초대합니다 아카데미 2008.04.22 2015
4299 공지 흥미로운 랑데뷰 2 엄준호 2007.12.31 2108
4298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김학성 2009.08.20 2134
4297 공지 휴보 5 문경수 2007.12.11 2689
4296 공지 휴가사진 1 문경수 2005.08.12 2851
4295 공지 훌륭한 독서법 이중연 2002.08.22 4136
4294 훈련병 부모님이 쓴 편지를 게시판에 올립니다. 3 이병록 2010.02.13 2580
4293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국내 방사선 영향..긴급토론회 자료 2 file 서지미 2011.04.07 2128
4292 공지 후기사진을보면 캠코더로 찍던데... 2 이동욱 2008.11.11 2079
4291 회원탈퇴 어떻게 하나요?? 1 박정화 2009.04.27 2236
4290 공지 회원탈퇴 어떻게 하나요?? - 2005.10.25 3055
4289 회원탈퇴 1 김가은 2010.04.28 2381
4288 공지 회원이 되고 싶습니다.. 4 신현숙 2008.03.02 1729
4287 공지 회원여러분의 소중한 '항우와 유방1.2.3' 독서리뷰를 기다립니다. 6 김주현 2007.05.01 3510
4286 공지 회원님의 소중한 10줄의 '부의 미래' 독서리뷰를 기다립니다. 1 김주현 2007.04.24 2649
4285 공지 회원님들 새해 복 많이 빋으세요 강신철 2003.01.04 358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