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468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항상 이맘때쯤이다.

대전시향이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제 9 번 <합창>을 들으러 간다.

 

 

베토벤은 청력을 잃은 상황에서 일생일대의 대작 <합창>을 작곡했다.

1824년 빈의 케른트너토어 극장에서 합창교향곡 초연을 위해 베토벤이 직접 지휘대에 올랐다.

하지만 실제 지휘는 움라우프가 따로 해야 했다.

연주가 끝나고도 박수 소리를 듣지 못한 베토벤은

청중 쪽으로 돌아서고 나서야 환호하는 청중을 볼 수 있었다.

 

청력을 잃은 음악가가 작곡한 70분 짜리 교향곡은 그 자체로 드라마다.

하지만 어떤 작곡가도 교향곡을 들어보면서 작곡할 수 없다.

초연 리허설 전에 자신이 작곡한 곡을 들어볼 수 있는 작곡가는 없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어떤 작곡가는 음악을 듣기보다 악보 보기를 즐긴다고 했다.

음파 형태의 자극 없이도 머리 속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능력은 베토벤만이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베토벤이 <합창>에서 보여준 위대함은 인생역정 드라마에 있는 것이 아니다.

4 명의 성악가와 합창단을 교향곡 형식에 도입하는 파격을 취하면서도 조화를 잃지 않았다.

베토벤은 쉴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30년 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고,

결국 자신이 작곡한 마지막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서 남김없이 발산해 버린다.

나는 특히 2 악장을 좋아하긴하지만 역시 <합창교향곡>의 진수는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지는 4 악장이다.

 

4 악장의 시작 부분은 혼란스럽고 암울한 기운이 가득하다.

합창의 주제는 계속 머뭇거린다.

머뭇거리다보면 이내 곧 혼란스런 연주에 묻혀버린다.

마지막 절망의 순간이 잠시 멎은 틈을 타 앉아있던 바리톤이 일어나 그제서야 입을 연다.

"오, 친구여, 이런 곡조는 그만두고 좀더 즐겁고 기쁜 노래를 함께 부르자"

 

이어지는 합창의 선율은 전세계 인류를 위한 것이다.

간결하고 소박하면서도 환희에 가득찬 그 멜로디는 어느 누구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베토벤은 자신이 절망에 처한 상황에서도 환희의 멜로디를 인류 모두에게 나눠주고자 했다.

 

 

<합창>을 듣고 나오니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의 광장에 눈이 쌓여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카라얀이 베를린필과 연주한 음반을 듣고,

주말 동안 푸르트벵글러의 51년 바이로이트 실황연주와 아바도가 빈필과 연주한 음반을 차례로 들었다.

오늘 아침에는 헤레베헤가 지휘한 연주를 들었고,

4 악장만 비교해도 다른 지휘자의 연주보다 5 분이나 길게 연주한 첼리비다케의 실황음반도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카라얀의 음반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 ?
    임석희 2007.12.31 21:39
    베토벤을 소재로 한 영화 불멸의 연인에 보면, 합창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때 무언의 힘에 끌려들어가는 장ㅁ면, 압권인데...
    이걸 즐기셨군요~!!! 부럽습니다. 좋은 감상평 고맙구요~
  • ?
    서윤경 2007.12.31 21:39
    부끄럽지만, 제게 클래식 음악은 저 우주 끝자락 만큼이나 미지의 세계이군요...전에 독서클럽에서 선정한 "70일간의 음악여행"이란 책을 읽으면서 내심 실오라기라도 잡아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보았던게 기억나는군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04 가입인사 인사드립니다. 1 nikel12 2018.04.18 47
4303 가입인사 가입인사드립니다^^ 송택정 2018.06.19 47
4302 가입인사 안녕하세요 하얀토깽이 2018.04.28 50
4301 가입인사 안녕하세요 석양의구경꾼 2017.11.29 51
4300 가입인사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윈터스 2017.02.01 53
4299 일반 사랑보다 깊은 송태희 2018.07.14 53
4298 가입인사 가입인사용(^^~꾸벅) 까망콩 2018.01.26 55
4297 가입인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다크시바 2016.10.22 59
4296 가입인사 반갑습니다. 1 아리사 2017.11.23 60
4295 홍보 [모집] 초등 토요서당 3학기 (5월 13일 시작) 온지곤지 2017.05.06 63
4294 홍보 청소년 인문강좌 - 우리 현대사 다시 읽기 (7월 2일 시작) 온지곤지 2017.06.16 63
4293 가입인사 가입인사드립니다^^ 송태희 2018.07.05 63
4292 가입인사 안녕하세요. 하늘옷 2017.03.01 64
4291 공지 2018년 생명윤리관련 정책연구과제 자유공모 안내(~4/6) file nibp 2018.03.27 70
4290 가입인사 가입인사 엔피아 2017.03.10 73
4289 가입인사 가입인사입니다. lyn 2017.10.10 73
4288 일반 미소의 가치는 얼마나될까 송태희 2018.08.16 77
4287 공지 긴급 공지 - 서울백북스 7월 강연 내용 변경 박용태 2018.07.17 85
4286 가입인사 새내기 입니다. 주바라기 2017.03.20 87
4285 가입인사 이반입니다. 이반 2018.02.27 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