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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로이트 (Bayreuth)

인구 7 만,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바그너를 사랑하는 사람과, 바그너를 싫어하는 사람.

바그너는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극렬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바이로이트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서양 고전음악 마니아에게 바이로이트는 바그너의 성지이다.

바그너가 살았던 집이 있고,
바그너가 직접 설계한 바이로이트 음악극장이 있고,
낭만적인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곳.

 

하지만 바그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바이로이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이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은 좋든 싫든 유럽의 가장 잘나가는 음악축제 중 하나이고,
베토벤 교향곡 9 번 '합창'의 가장 유명한 연주는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1951년 바이로이트 실황이다.


매년 7~8 월이면 수많은 바그네리안들이 성지 순례하듯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을 찾는다.

전곡 연주에 16 시간 정도 걸리는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4 부작이 나흘에 걸쳐 공연된다.

바그너에 의해 설계된 바이로이트 음악극장은 단순한 음악 감상용 연주홀이 아니라

음악극을 펼쳐보이기에 이상적인 구조를 가진 음악 '극장'이다.

 

바이로이트 음악축제 입장권은 55,000 장 정도 발매되는데 접수는 우편으로만 받는다.

평균 경쟁률은 10 대 1, 평균 대기 시간은 6 년.

20 대 초반에 입장권을 신청하면 20 대 후반이 되어서야 바이로이트에 공연을 보러갈 수 있다.

매년 축제 때가 되면 인구 7 만인 이 작은 도시에 약 10 만명 정도가 바이로이트를 다녀간다.

입장권을 가진 사람들 5 만 명과 입장권은 구하지 못했지만

혹시나 빈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싶어서 찾아온 사람들까지 모이면 그 정도다.

세계 도처에 깔려 있는 바그네리언들에게 6 년이란 시간은 기다리기 힘든 시간일게다.

 

 

 

그 전날 밤은 밤베르크에서 맛있는 독일 맥주와 함께 보내고
바이로이트에는 꽤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바이로이트는 아주 작은 도시여서 축제 기간이 아니라면 매우 조용한 곳이다.

 


처음 들른 곳은 바그너 뮤지엄.
노이스반슈타인 성(백조의 성)을 지은 것으로 유명한 루드비히 2 세가 바그너에게 지어준 집이다.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에게는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였지만

공상과 망상에 빠져 온갖 기행을 일삼고 백조와 바그너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바이에른을 말아먹은 실패한 군주이기도 했다.


그날 바그너 뮤지엄에 들른 손님은 우리가 처음인 것 같았다.
카운터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계셨는데, 우리가 들어가자 CD로 음악을 틀어주셨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곡일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첫 곡으로 로엔그린 3 막 전주곡에 이은 합창을 틀어주신다.

바로 그 유명한 결혼행진곡이다.


그 다음 곡은 탄호이저 서곡.
탄호이저 서곡은 몇 년 전 내가 바그너의 음악 중 처음으로 좋다고 느낀 곡이었고,
지금도 바그너의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바그너의 집 1층은 연주홀이었다.
피아노 한 대와 수십 개의 객석, 고서들이 잔뜩 꽂힌 책장이 있었고 

벽에는 바그너, 리스트, 코지마 등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 연주홀의 객석 한 자리에 30 분이 넘도록 앉아 바그너의 음악을 들었다.

이른 아침에 텅 빈 연주홀 객석에서 듣는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탄호이저 서곡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바그너의 기운이 온몸을 쓸고 내려갔다.

아직도 탄호이저 서곡의 현악반주와 관악테마를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2층의 각 방은 온갖 사진과 티켓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카라얀의 젊은 시절 사진, 내가 좋아하는 크나퍼츠부슈의 사진,

역대 가장 위대한 지휘자로 꼽히는 푸르트벵글러, 토스카니니와 바그너가 한 자리에 모인 사진,

그 당시 공연 티켓, 포스터, 신문 기사 등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뒤뜰로 돌아가니 바그너와 그의 아내 코지마 리스트의 묘지가 있었다.

바그너가 이곳을 떠나지 않은 이상 바이로이트는 영원히 바그네리안의 성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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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환 2007.12.13 04:29
    이정원씨의 글을 읽다보면 참으로 가볼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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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해경 2007.12.13 04:29
    바이로이트 축제표의 대기시간이 6년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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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목 2007.12.13 04:29
    정말 이 지구엔 가봐야 할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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