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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저는 금일보다 오늘이 좋습니다

by 이정원 posted Feb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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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금일보다 오늘이 좋습니다

- 내가 '금일'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 두 가지 이유

 

우선 심심풀이로 다음 기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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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의 아내' 심혜진은 누구? 네티즌 관심 폭발

[서울경제 연예, 200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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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의 아내가 영화배우 심혜진과 동명이인이라길래 누군지 궁금해서 기사를 훑어봤다.

모델, 파트너 출연하고 MC와 CF모델로도 활동했다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방에서 활약했다는 소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기사나 이메일을 읽다 보면 이런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팀회의 시작시간인 2시가 넘었는데도 선배 한 명이 안 와서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전화를 했더니 그 선배는 회의시간을 3시로 알고 있었다.

공지가 잘못됐었나 궁금하여 회의 마치고 메일을 다시 확인해 봤다.



오늘 회의 있습니다.

3동 201호 회의실에서 합니다.

시간은 2시입니다.

아 그랬구나. 그 선배는 메일을 이렇게 읽어버린 것이다.


3   201호


메일은 쉽게 쓰고 쉽게 읽힌다.

직장인들이 업무 틈틈이 이메일을 확인하다보면 대충 읽고 지나칠 때가 많다. 

새로운 메일이 하루에도 수십통씩 메일함에 쌓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배려한다면 이메일은 한 눈에 이해하기 쉽도록 쓰는 것이 좋다.


 

다음과 같은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다음주 월요일에 동호회장배 축구대회 결승전이 있습니다.

선수로 출전 가능하신 분은 금일 오후 2시까지 답장주세요.


나는 금일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괜히 신경이 쓰인다.

내가 두 가지 이유에서 '금일(今日)'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첫째로 한자어인 금일보다 '오늘'이라는 우리말이 더 좋다.

작일, 금일, 명일보다 어제, 오늘, 내일이 읽기도 좋고 말하기도 좋고 가독성도 좋고 꼴도 아름답다.

한자어를 섞어 쓴다고 글에 격식이 갖추어 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맞춤법 틀린 곳이나 오타가 없는 글이 예의바른 글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이유가 취향의 문제라면 두번째 이유는 기능상의 문제여서 더욱 중요하다.

나는 '작일'이나 '명일'도 좋아하지 않지만, '금일'은 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유난히 '금일'을 싫어하는 이유는 '금요일'과 꼴이 비슷하여 급히 읽다보면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3동 201호를 3시 201호로 읽어버리는 일이 생기는 것을 보면 금일을 금요일로 잘못 보는 일는 꽤 자주 생길 만 하다.

나는 금일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혹시 금요일은 아닌지 두번 세번 확인한다.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은 금일을 금요일로 잘못 읽어도 바로잡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연예인이 다방에서 활약했다는 기사는 어딘가 이상해서 금세 다시 읽어보게 되지만 말이다.

 

업무용 메일은 쉽고 명확한 단어로 간결하게 쓰는 것이 좋다.

다음 두 줄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오늘'과 '금일' 중 어떤 단어를 쓰는 것이 좋은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요일 저녁에 회식 있습니다. 금일 오후 4시까지 참석 여부를 알려주세요.

 

금요일 저녁에 회식 있습니다. 오늘 오후 4시까지 참석 여부를 알려주세요.

 

2009-02-13

이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