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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선생님 강연을 듣고

by 이중훈 posted Jan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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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박물관에서 공부론을 들었습니다. 강연장에는 학부모님과 아이들, 학생들로 꽉 들어찼습니다. 거기서 제가 느낀 점은 입시환경이지만, 진정한 공부에 목말라 하는 분들이 우리 사회 저변에 굉장히 많을 것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적어도 입시에서 점수 더 올리는 법을 기대하고 온 분들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강연 내용은 책에 담긴 내용과 대동소이하였지만, 핵심은 청중들과의 질문에서 드러난 것 같습니다. 청중들이 몇 분 질문을 주셨는데 막상 인문학 운동을 하는데 현실적인 장애가 많다거나, 아이들이 학원 안가고 독서만 하겠다 그럼 어떻하나 라는 질문, 등 그 질문들은 대체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토로로 모아졌습니다.

 

이에 대해 고박사님은 일단 우직하게 시작해볼 것과, 몽상가라고 뒤에서 뭐라 한다해도 신경쓰지 말고 밀고나갈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폐적 독서인이 되어 자기 교만심만 가득찬 인간이 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하여 반드시 공동체 속에서 독서할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또 일단의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에세이류나 위안을 주는 서적들에 대해서 경계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 책들은 일시적 마취효과만 줄 뿐, 근본적인 <차이>를 생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뭔가 얻어갈 수 있는 책들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홀로 읽는 것보다는 공동체 속에서 어려운 책을 읽게되면 귀동냥이 풍부해져 보다 효율적인 <자기만의 독서지도>가 점차 뚜렷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앎과 삶의 일치를 강조하셨는데, 진정한 앎에 이른자는 다른 이를 지배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노예가 아니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낄 수 없는 지배자들이야말로 노예인 것입니다. 결국 공부를 통해 노예근성에서 벗어나 공부의 최종심급인 자유인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작금의 교육계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면서 얄팍한 위로만 증대해가는 현실을 무척 안타까워 하셨는데 이제라도  정공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성철 스님의 예를 들으시면서 진정 나 자신에게 갈급한 그 무언가를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우선이기에, 섣불리 산만한 앎에 접근하는것의 위험성도  말하셨습니다. 전 이부분에서 줄탁동시라는 경구가 생각났습니다.

 

강연 듣기를 잘했고, 상위 0.0001프로의 공부의 신들 같은 제목의 책들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얄팍한 위로가 아닌, 진정으로 든든한 마음을 갖게 하는 소중하고 매우 유익한 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