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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

by 김학성 posted Dec 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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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에
바알간 숯불 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 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속을
아버지가 약(藥) 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臾)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 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 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그 반가운 그 옛날의 것 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어린 목숨 : 시적 화자
* 눈 : 고난
* 약 : 산수유 열매
* 산수유 열매 : 아버지의 사랑, 붉은 빛깔은 그 사랑이 짙고 뜨거운 것임을 암시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 자신의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존재

*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 아버지에 대한 믿음 표현
* 성탄제의 밤 : 지상의 모든 사물과 인간이 용서와 화해를 이루어 휴머니즘이 고양되
는 시간
* 옛것 :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헌신적 사랑
* 그 옛날의 것 : 눈
*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 아버지의 사랑
* 눈 속에 ~ 까닭일까 : 아버지의 사랑을 통해 시간적 연속성과 사랑의 영원함을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