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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단 한권의 책을 만들자면?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룩은 지구가 수억 년에 걸쳐 서서히 강렬해지는 태양과 최근의 인류 활동으로 급격히 증가한 대기의 온실가스들이 함께 빚어낸 열기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지구는 이 스트레스들을 극복하겠지만, 그것은 수십만 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며, 그 사이에 인류는 심각한 시험에 직면할 것이다. 러브룩은 더워진 지구 기후가 열대를 살 수 없는 곳으로 바꾸고, 많은 인류를 극지방으로 피신하게끔 강요하며, 그와 더불어 문명을 위협할 전혀 새로운 평형 상태로 급격히 넘어갈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으며, 그 열병은 10만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살아서 자기 조절하는 지구인 가이아는 늘 스스로를 돌볼 것이다. 종으로서의 우리도 강인하기에 인류는 살아남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위험한 것은 문명이다. 제임스 러브룩은 대재앙의 여파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는 생존자들이 우리의 실수들을 너무 많이 되풀이하지 않고 문명을 재건하도록 도와줄 안내서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상태와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를 명확히 설명한 책이 있는지 서점이나 공공 도서관의 서가를 죽 훑어보라. 찾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 있는 책들은 지금 이 순간의 덧없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잘 썼거나 재미있거나 유익할지 모르지만, 그 책들은 거의 다 현재의 맥락에서 쓴 것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을 제공한 과학 지식이 얼마나 어렵게 획득된 것인지를 잊은 채 그것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문명을 이룩한 사람들의 비범한 업적에 대해 너무나 모르기에 그들의 저서를 점성술, 창조론, 동종요법 같은 터무니 없는 주제들을 다룬 책들과 같은 서가에 꽂아놓고 있다. 그런 주제들을 다룬 책들은 처음에는 흥미거리로 여겨졌거나 우리의 건강염려증을 자극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것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마치 사실을 기록한 것처럼 대접한다.


몰락한 문명의 생존자들을 상상해보라 그들이 다 해진 대체의학 책에서 얻은 지식을 이용하여 콜레라 같은 전염병에 대처하려 시도한다고 상상해보라. 하지만 잔해에서는 의학 교과서보다 그런 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고 더 쉽게 읽힐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자체가 문학이라고 할 만큼 잘 쓴 지식서다. 지구와 우리의 상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 즉 잘 살며 생존하는 법을 다룬 안내서 말이다. 사실들의 출처이자 더 나아가 초등학교의 교재로도 쓰이면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고 즐거움을 주는 잘 쓴 책이어야 한다. 그것은 불을 피우는 법 같은 단순한 것부터 태양계와 우주에서의 우리 위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철학과 과학의 입문서가 될 것이다. 지구와 우리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조망을 제공할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자연선택을 설명하고, 혈액 순환과 장기의 역할 등 핵심적인 의학적 사실들도 담길 것이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것이다. 그런 지식을 잃었을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상상해보라. 성서는 전성기에 행동과 건강을 규제했다. 우리는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과학을 인정하는, 성서와 비슷한 새 책이 필요하다. 책에는 기온 같은 특성들과 그것들의 눈금의 의미와 측정하는 법이 설명되어 있을 것이다. 원소들의 주기율표도 있을 것이다. 공기, 암석, 바다에 대해서도 설명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우리의 문명과 그것이 차지한 행성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시킬 것이다. 아이들의 정신이 가장 잘 받아들이는 나이에 평생 기억할 만한 사실들을 제공할 것이다. 또 그 책은 우리 후손들의 생존 지침서가 될 것이다. 재앙이 일어났을 때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그 책은 과학을 우리 문화의 일부이자 유산으로 되돌려놓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과학이 잘못된 측면이 있을지라도, 과학은 여전히 우리의 물질세계에 대한 최상의 설명을 제공한다. 그런 책을 자기 매체나 광학 매체 등 읽는 데 컴퓨터와 전기를 필요로 하는 매체로 제공한다는 발상은 아무 쓸모가 없다. 그런 형태로 저장된 글은 인터넷 대화만큼 덧없으며 대격변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저장 매체 자체의 수명이 짧을 뿐 아니라 읽는데 특수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쪽 기술은 으레 급속히 노화가 일어난다. 현대 매체는 우리가 당연시할 수 없는 고도 기술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구성 있는 종이에 오래 가는 잉크로 찍은 책이다. 그 책은 명쾌하고 편견이 없으며 정확하고 최신 내용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적어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신뢰하고 있는 BBC월드서비스만큼 믿을 만하고 받아들일만한 책이 필요하다.


 예전 암흑기에 수도원의 교단은 우리를 개화 시켜줄 것의 정수를 보존했다. 이 지식의 많은 부분은 책에 실려 있었고, 수도사들은 책을 소중히 했으며 독서를 수양의 일부로 삼았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더 이상 그런 식의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의 방대한 지식은 어느 한 사람이 간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지식은 학문 분야로 나뉘고 더 세분된다. 각 분야는 직업적으로 그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그들은 대부분 자기 분야에는 통달해 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모른다. 소명의식을 지닌 사람도 거의 없다.


 콜로라도의 산비탈에 있는 국립대기연구센터 같은 고립된 기관들을 제외하면 현대에 수도원에 상응하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책은 누가 지킬 것인가? 틴데일의 성서처럼 권위 있고 탁월한 지식서는 지킴이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책은 중요시되어 모든 가정, 학교, 도서관, 숭배 장소에 비치될 것이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든지 대물림 될 것이다.

 

                                         - 제임스 러브룩  가이아의 복수 중에서

 

이 구절을 읽고 몇 일 동안 몇 명의 사람들에게 이 구절을 읽어보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읽어보라고 했으니까요.

저는 이런 책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은 100북스가 그 역할을 맡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모든 것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호모사피엔스로서 자연을 사실 그대로 이해하며 그 지혜를 넘겨주는데 동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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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훈 2008.11.23 09:14
    저라면 그저 밀리터리 서바이벌 북을 한 권 남기겠습니다. 물론 생존자들이 그것을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경우에 한해서 유용하겠지만요. ^^ 우리가 좋아하는 문명이라는 것도 먹고 살만할 때나 존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통 우리가 아는 한 권 (수 천 페이지짜리 말고..)을 남기라면, 선택권이 저한테 있다면 단연 서바이벌 북을 남길겁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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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이 2008.11.23 09:14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 마지막 글이 가슴에 와 닿네요 백북스가 이런일을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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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미 2008.11.23 09:14
    우리나라와 일본의 많은 차이점중에 하나가
    일본은 모든것을 기록하여
    보존하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그 기록들을 체계화하고 시스템화 하는 것.
    그런 과정속에 귀중한 자료들이 숨을 쉬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헥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KBS를 통해 방영되었던
    NHK제작 <우주의 대기행>다큐멘터리도
    많은 연구자료들이 그동안 기록되고
    보존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겠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청난 정보가 담긴 귀한 책들을
    백북스를 통해 알게 되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다 생각합니다.
  • ?
    장종훈 2008.11.23 09:14
    뻘글 달아서 죄송합니다. ㅠㅠ 진지한 글에 뻘플을 단 죄 죽어마땅하나, 대전까지 잡으러 오진 마시어요.. 장수하고 싶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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