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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8 06:42

그냥 제 어린시절.

조회 수 1646 추천 수 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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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생각없이 사는 그런사람 인 듯하다

 

 

어릴 적 나는 시골에서 자랐다

3년동안 살았던 나의 고향 금산 신촌이라는 촌동네

7살적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가족은 할머니와 함께 살게되었다

학교에 입학하자 들어간 교실에는 1학년생들은 나를 포함 6명이었다

그리고 그땐 그게 당연해보였지만 1학년 4학년이 같은 교실을 썼다

선생님이 왔다갔다 하시면서 우리를 교대로 가르치셨다

학교가 작고 아담하니 이뻤다  

(지금은 폐교되어 인삼관련회사가 들어섰다  내가 이사 가고나서 1년도 안되어 면소재지학교와 통합되었다. 운동장이 있던 자리에는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들어서있었다)

운동장에 있는  오래된 그네는 삐걱삐걱대었고 나는 그저 그런 그네를 높이 높이 올리려고 부단히 내 다리를 굴렀다.

수업을 마치면 나와 내 친구는 가방을 아무곳에나 팽개치고 그네를 잡았다

그네는 나의 어릴 적 또 다른 친구였다. 가끔 나는 아파트 주변에 있는 그네를 보면 그때 친구와 함께 학교 뒤로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던 어린시절을 생각한다

 

학교를 가는 길

학교로 가는 길은 나에게 재미와 무서움를 주었다

길 주변에 난 무궁화와 벼 그리고 봄이면 논에 그득한 개구리알들 그리고 입이 귀여운 올챙이들 울퉁불퉁한 길에 고여있는 빗물 그리고 그 위를 지나가는 소금쟁이

그리고 학교 바로 앞에 있던 돼지농장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무서운 개

나는 항상 그 곳을 지나갈 땐 논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갓길로 코를 막으며 지나갔다

 

그렇게 도착한 학교

전교생은 27명이었다

우리는 학년을 구별하지 않고 남자 여자의 구분으로만 놀았다

남자들은 축구나 구슬치기

교과서나 달력을 접어 만든 딱지 딱지치기

여자들은 대부분 공기나 고무줄놀이였다

공기나 고무줄놀이 나는 둘다 못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깍다리였다

난 그게 더 좋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니까.. 비록 내가 즐길수 있는 시간은 적었더라도..

 

국민학교 때 일주일에 한번씩 월요일날 저금을 했다

다른아이들은 만원이나 이만원씩 저금을 했을 때 나는 어머니가 천원만 주셔서

천원만 저금했다 어쩔 땐 오백원까지도 저금했다 어쩔 땐 아예 안주셨다

그땐 그게 창피했다

다른아이들 통장엔 삼십만원이라는 거금이 있을 때

나는 이만원정도의 돈이 들어있었는데 아이들과 비교할 땐 언제나 나는 주눅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만원을 주셨다

와우 이게 왠 일

어린 나는 어안이 벙벙 기쁜마음으로 가방에 고이모셔 놓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점심을 먹고 선생님은 저금할 돈을 가져오라셨다

'하하 나도 오늘은 만원이라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가방을 뒤지는데

돈이 없었다

나는 구석구석 찾아보았다

없었다

윽..흑...흑.. 나는 눈물이 흘렀다

그것도 대성통곡을 했다

이때가 삼학년이었는데 6학년 언니가 왜 그러냐고 그런다

나는 저금할 돈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언니는 우는 나를 달래며 선생님께 가자고 했다

나는 울며 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은 교실에 오셔서  모두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하셨다

가져간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라 하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다시 한 번 나에게 찾아보라고 하셨다

나는 찾아보고 없다고 했다

그러자 나의 친구 민성이가 내 가방을 찬찬히 뒤적였다

내가 찾아도 나오지 않았던 나의 만원이

그아이가 손한번 뒤적이니 나오는것이었다

오마이갓

나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내 마음에서 당황스러우면서도 기쁜, 미안함, 황당한, 당혹스러움 모든 감정이 올라옴을 느꼈다

선생님은 나를 나무라지 않으셨다

찾았으니 됬다고 어린 나의 마음을 다독여 주셨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던 나의 상황

그 기억은 나의 어린시절 기억의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

아마도 만원이라는 돈을 처음 가져갔을때의 큰기쁨과

그리고 그 돈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의 나의 슬픔이란

 

진짜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

어떤 충동에 못이겨 글을 올리고 있는 듯

 

그냥 양초순이라는 한 평범한 사람이 이런일이 있었다는 것으로써만 이해해주시길

너무 깊은 의미를 부여해 주지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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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8.11.18 06:42
    그 어떤 충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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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영석 2008.11.18 06:42
    백북스 사단법인을 우선 만들고 출판업을 등록해서 (출판사 이름 : 백북스) 백북스에서 책을 출판하고 책( 책제목/가제 "백북스 사람들") 펴낼때 이 글도 꼭 넣었으면 좋겠어요. 출판사 이름에 X북스가 참 많아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날을 보냈는지, 박경철 의사가 이야기 한 것 처럼 모든 사람 인생이 다 소설인 것을. "학교를 가는 길, 학교로 가는 길은 나에게 재미와 무서움를 주었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던 나의 상황 그 기억은 나의 어린시절 기억의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 박경철의사 책 "착한 인생 ...." 읽는 그런 기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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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보미 2008.11.18 06:42
    초순양, 글 읽다보면 빨려들어가는 거 같아요.

    우리 사는 이야기..
    초순양 이야기가 좋아요. ^-^
  • ?
    김영이 2008.11.18 06:42
    초순~ ㅋㅋ 결국 요양중인 내가 로그인까지 하게 되네요. 재미있는 글이예요~ 나도 그 어떤 충동이 좋네요 자주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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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식 2008.11.18 06:42
    그 기억력이 부럽습니다 박경림이 저의 초등동창인데 전 하나도 기억을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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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중 2008.11.18 06:42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저는 계속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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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숙 2008.11.18 06:42
    잘 읽었습니다.
    어릴적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건 그것이 좋든 나쁜든
    결국은 행복한일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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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2008.11.18 06:42
    어린 시절이 떠오르네요.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지금은 폐교가 되어 없어졌지만 작다는 것 때문인지 아기자기 어울리던 시절이었죠.
  • ?
    이명의 2008.11.18 06:42
    저는 병설유치원부터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1반을 다녔더랬죠.
    두반을 만들 인원이 되지 않아서 10년간 한 반을 했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매주 토요일, 저금을 걷고나면 선생님 심부름으로 통장뭉치와 모은 돈을 들고 우체국으로
    뛰어가곤 했지요. 덕분에 잊고 지냈던 좋은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 ?
    서지미 2008.11.18 06:42
    맑은 약수 한잔~~마시는 기분입니다.
    맑은 영혼에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옥구슬.
    같군요.
    "글...잘 읽었습니다 초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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