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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다가, 밥그릇을 보다가.

by 윤보미 posted Oct 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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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아침밥을 먹다가,

밥그릇에 잠시 시선이 멈췄다가, 

그 움푹 패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아! 인식의 유동성이 있어서 밥그릇이 이렇게 생길 수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별안간 밥먹다 말고. "인식의 유동성"이라니! ^-^; )

 


옛날 옛날 옛날 옛날엔...

유인원들이 그저 허허벌판 어딘가에서 먹이를 먹지 않았을까요.

제 멋대로 생겨먹은 바위 위에 먹이를 놓고 먹었을 수도 있겠구요.

 


암튼,

자연 그대로,

제 생긴대로 있을 뿐이었던 돌덩이, 흙덩이, 나뭇가지.

 


이것들을 더 이상,

생긴 그대로 접하는게 아니라

변화시키려는 생각...!

 



가운데가 옴폭 들어가서 쌀알이 안삐져나가게 채울

그런 그릇을 만들 수 있게 된 건,

인식의 유동성이 있었으니 가능했구나. 하고

밥먹다 말고 생각했지요. ^-^;

 



(인식의 유동성이 없었다면

 밥그릇이 어찌 이렇게 잘~ 생길 수 있었겠어요 +_+

 


 내가 이런 생각한걸 알면, 엄마가

 '별생각 다하네, 밥이나 먹어.' 이러셨을까요? ^-^ㅋ )

 



사회적 관계에 대한 조망이

언어를 매개로

비사회적 관계에 까지 스며들 수 있었다는 것.

 

참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더라구요.

 



가만 보니, 그것은 오늘날 더 잘 드러나는거 같아요.

 


화상 전화, 라디오, TV, 컴퓨터 등등


"쟈는, 대답이 없는" 물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향하는데 쓰이니 말이죠.

 




이 생각을 아침에 하고 나니,

눈앞에 있는 도구 하나 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의 필요에 알맞게 저마다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사물들.

 


사람이 이걸 이 모양으로 변화시킨 건

'인식의 유동성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의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오늘입니다.

 


더불어 '인식의 유동성'이 없었으면 과연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꽤나 무서운 상상도 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