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1807 추천 수 0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일본, 노벨상 잔치가 열렸다 우주의 신비를 밝혀낸 비대칭 현상 2008년 10월 09일(목)










▲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영예의 수상자들. 왼쪽부터 미 시카고대 페르미연구소의 난부 요이치로 명예교수,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의 고바야시 마코토 명예교수 그리고 일본 교토대 유가와 이론물리연구소의 마스카와 도시히데이다. 이들은 모두 일본인이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우리나라 시각으로 화요일 오후 6시 45분에 발표됐다. 수상자는 1명의 미국인과 2명의 일본인이다. 그런데 수상자의 사진을 보면 모두 동양인에다 이름도 전부 일본식이다.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의 고바야시 마코토(64) 명예교수와 일본 교토대 유가와 이론물리연구소의 마스카와 도시히데(68) 명예교수의 일본인 2명과 미 시카고대 페르미연구소의 난부 요이치로(87) 명예교수의 미국인 1명이 올 노벨 물리학상 영예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난부 교수 이름에서 풍기듯 일본 출신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대학까지 나와 교수로 있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일본계 미국인이었다. 그러니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이번 노벨 물리학상 3명은 모두 일본인인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일본 열도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들썩거리고 있다고 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아직까지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이웃나라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에 완벽한 대칭이란 없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의 비대칭성이 주제였다. 3명의 물리학자 모두 우주에 나타나는 비대칭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마스카와 교수와 고바야시 교수는 우주가 물질로만 가득한데, 왜 우주 초기에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이 나타났는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의 상금 절반을 나눠가지고, 난부 교수는 소립자 세계에서 ‘자발적 대칭성 깨짐’(spontaneous symmetry breaking)으로 불리는 현상을 발견한 공로로 상금의 절반을 받는다.

이렇게 짧은 말로 수상 업적을 얘기하면 일반 독자들은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하긴 물리학이란 게 그리 만만치 않은 학문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치부해버리면 끝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지 말고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올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설명한 비대칭 현상이란 게 무엇인지를 참을성을 갖고 들여다보자.







▲ 사진속 잎처럼 자연에서 대칭을 이루는 사물은 흔히 보인다. 하지만 완벽한 대칭은 아니다. 우리 우주는 대칭이 완벽하지 않았던 덕분에 오늘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자연의 사물들에서 대칭성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우리 몸이 좌우가 대칭인 것도 그렇고, 나뭇잎이며 각종 동식물들이 그렇다. 그래서인지 대칭성은 오래 전부터 예술가들에게 미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자연에서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사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실 완벽한 대칭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의 얼굴은 좌우가 조금씩 달라 어느 반쪽으로만 얼굴을 대칭해서 만들면 다른 이미지가 나타난다.

그런데 우주도 대칭적이면서도 조금씩 빗나간 비대칭성을 띤다. 그 한 가지가 바로 우주의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이다. 우주는 빅뱅이라는 대폭발로 탄생했을 때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이 생겨났다. 그런데 지금 우주는 반물질은 온데간데없고 물질만 가득 차 있다. 반물질은 물질과는 질량과 같은 특성을 갖지만 전하의 부호만 반대인 것을 말한다.

비대칭이 있어 우리가 존재







▲ 우주 초기 물질과 반물질은 같은 양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들 간의 미묘한 비대칭으로 인해 우주는 물질만 남게 되었다. 
사실 반물질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1928년 영국의 저명한 이론물리학자인 폴 디랙은 당시 물리학계로부터 비웃음을 받는 이상한 이론을 발표했다. 현대 물리학의 양대산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반물질이 존재해야 한다는 거다. 그의 이론은 1932년 실험적으로 확인되었고, 그 이듬해인 1933년 디랙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디랙이 발견한 반물질은 물리학에 대칭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동양철학에 음양이 있듯 물질이 있으면 반물질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물질의 등장은 곧 우주가 완벽한 대칭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주었다.

물질과 반물질은 서로 만나면 질량은 모두 사라지고 순수한 에너지로 바뀐다. 따라서 지금 우주에는 어떤 사물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주에는 수많은 은하와 태양계 그리고 우리가 존재한다. 물질과 반물질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 않는 덕분에 말이다.

아주 작은 차이가 현재의 우리를 낳았다.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만났을 때 100억 개의 반입자 당 한 개의 입자가 살아남아 오늘날의 우주가 만들어졌다. 아주 조금 엇나간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물질과 반물질은 뭐가 다르단 것일까? 바로 여기에서 올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얘기가 시작된다. 일본인 고바야시 교수와 마스카와 교수는 1970년대 위기에 처한 표준모형을 구제해주는 이론을 발표했다.

6가지 3가족 쿼크의 탄생 스토리







▲ 표준모형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들. 올 노벨상 수상자 2인은 1972년 쿼크가 6개 3가족으로 나뉜다는 이론을 세웠다. 당시 쿼크는 3개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그들의 이론처럼 나머지 쿼크가 모두 발견되었다. 
표준모형은 지난 30여 년 동안 물리학을 이끌어오며 온갖 어려움에도 살아남았다. 이 표준모형에 따르면, 물질을 이루는 쿼크는 총 6가지이다. 업, 다운, 참, 스트레인지, 탑, 바톰, 이렇게 있다. 그런데 이들은 3가족으로 나뉜다. 업과 다운이 첫 번째 가족이고, 참과 스트레인지가 두 번째 가족, 그리고 탑과 바톰이 세 번째 가족이다.

6가지 3가족 쿼크는 바로 고바야시와 마스카와 교수가 물질과 반물질이 어떻게 다른지를 고민하다 만들어졌다. 1972년 이들은 물질과 반물질이 자연에 존재하는 4가지 기본 힘 가운데 약력에서 차이가 난다는 이론을 세웠다. 그 결과, 붕괴하는 속도가 반물질이 더 빨라, 적은 양의 물질이 남게 된 것이라고 믿었다.

이들의 이론은 처음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까지 발견된 쿼크는 3가지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74년 참 쿼크가, 1977년 바톰 쿼크가 발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1994년 마지막으로 탑 쿼크도 발견되었다.

한편 고바야시와 마스카와 교수는 당시 이론에서 B중간자라는 입자에서 CP 대칭성이 깨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CP 대칭성에서 C는 전하가 반대로 바뀌는 대칭이고, P는 거울 대칭이다. 즉 CP 대칭성이 유지되면 모든 물질이 반물질로 바뀌는 거울 속으로 우리가 들어간다고 했을 때 자연의 법칙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CP 대칭성 깨짐은 1960년대에 K중간자라는 입자에서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K중간자보다 훨씬 무거운 B중간자가 CP 대칭성 깨짐의 또 다른 후보입자였다.

이 점은 최근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대형 연구실험을 통해서 말이다. 고바야시가 몸을 담고 있는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의 벨실험과, 미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SLAC)의 바바실험이 바로 그것이었다. 2001년 이 두 대형 실험은 각각 B중간자의 CP 대칭성을 확인함으로써 고바야시와 마스카와의 이론이 최종적으로 확인되었다.

대칭성 깨짐으로 탄생한 힉스 입자

그렇다면 상금 100만 크로나(약 18억원)의 절반을 차지한 난부 교수가 발견한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란 뭘까? 말 그대로 하면 자발적으로 대칭성이 깨진다는 것인데 어디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자.

자연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이렇게 4가지 기본 힘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주가 지금으로부터 137억 년 전 탄생했을 때만 해도 애초엔 4가지 힘이 하나의 형태였다. 빅뱅 직후부터 10-43초까지 말이다. 그러다 10-43초 쯤에 중력이 처음으로 갈라졌고, 10-35초쯤 강력이 떨어져나가고 전자기력과 약력이 한 꼴로 합쳐진 전자기약력(electroweak force)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10-12초쯤 되면 전자기력과 약력이 서로 갈라져 4가지 기본 힘이 오늘날과 같은 꼴이 되었다.

지난 세기부터 물리학자들은 이 4가지 기본 힘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애써왔다. 그래서 중력을 제외하고 3가지 힘을 통합함으로써 표준모형을 탄생시켰다. 1960년에 난부 교수는 전자기력과 약력에서 나타나는 비대칭 현상에서 자발적 대칭성 깨짐을 발견함으로써 표준모형의 완성에 기여했다.

기본입자 가운데에는 기본 힘을 전달하는 매개입자가 있다.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입자는 광자로 질량이 없다. 그런데 10-12초에 전자기력과 함께 갈라져 나온 약력의 매개입자인 W와 Z 입자는 상당히 무겁다. 바로 전자기력과 약력이 자발적으로 대칭성이 깨지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난부 교수가 처음으로 물리학계에 소개했다.







▲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 약 10조원이 거금이 들어간 LHC 가속기. 조만간 이곳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발적 대칭성 깨짐은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존재도 낳았다. 왜 기본입자들은 저마다 다른 질량을 갖는지를 설명하던 와중에 1964년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 박사를 비롯한 3명의 물리학자가 힉스 입자를 이론적으로 발견했다. 이때 이들은 난부 교수의 자발적 대칭성 깨짐을 바탕으로 이론을 세웠다.

난부 교수의 전자기력과 약력에서 나타나는 자발적 대칭성 깨짐은 1990년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전자양전자가속기(LEP)에서 확인되었다. 그리고 힉스 입자는 CERN이 올해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가속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조만간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힉스 입자가 발견된다면 이 분야의 과학자들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후보 0순위로 오른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10.09 ⓒ ScienceTimes

 

 

사이언스타임즈에 있던 기사입니다.
  • ?
    임성혁 2008.10.09 16:43
    좋은기사 잘 보았습니다. 그것은....바로.....대칭!!!
  • ?
    이병록 2008.10.09 16:43
    다른 말로 설명하면 약간 어긋난 것이, 아니면 조금 덜 완벽한 것이 우주의 기원이다.
  • ?
    박용태 2008.10.09 16:43
    지금 불루백스에서 나온 '반물질의 세계'(히로세 다치시게)를 2번째 읽고 있는데
    쉽게 이해되는 책은 아닌것 같습니다.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의 대강의 윤곽은 공부한것 같은데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그 깊은 맛을 정확히 안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고 천천히 깊히있게 음미하면서
    그 맛을 같이 감탄하면서 느껴야 하는데 요원하네요.
  • ?
    전주호 2008.10.09 16:43
    기사와 보충설명(?)을 잘 읽었습니다만 대칭에 대해 대강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대칭도 광역 대칭성(global symmetry)과 국소 대칭성(local symmetry)이 있다니......
    지금은 이해 못해도 관심을 갖고 알려는 노력을 지속하면 언젠가는 알게 되갰지요.
    다른 사람들이 노력해서 밝혀낸 정도만이라도... 물론 그것도 쉽지않겄지만....
  • ?
    윤보미 2008.10.09 16:43
    이종필 회원님의 자세한 설명 잘 읽어보...려고 노력하다가
    어딘가부터는 어려웠는데. 아직 제가 모르는 부분이니, 앞으로는 이해하며 읽어보리라 다짐합니다. ^-^

    리플 보고 제목 정정하였습니다. "우주의 비대칭성" ---> "대칭성의 깨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25 공지 [사진] 창.디. 윤증고택 답사 - 윤증고택 둘러보기 3 이정원 2008.10.13 1483
2124 공지 가입인사 여기에 쓰는 것 맞나요? 가입인사 드립니다. 5 조경은 2008.10.11 1421
2123 공지 나는 꿈꾼다4 ---유식물론 이기두 2008.10.11 1546
2122 공지 교사 정년 퇴임한 시인 김용택/중앙일보 2 이동선 2008.10.11 1638
2121 공지 '붕어빵 서점'과 책의 위기/조선일보 1 이동선 2008.10.11 1657
» 공지 [기사] 노벨 물리학상 , "대칭성의 깨짐" 5 윤보미 2008.10.09 1807
2119 공지 뇌속에서 이루어지는 법칙 2 서지미 2008.10.09 1576
2118 공지 당귀 and 황기 2 김민정 2008.10.08 1723
2117 공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일본인 세 명 5 이종필 2008.10.08 1861
2116 공지 100북스 10월 모임 참가 후 일기....... 5 김남중 2008.10.08 1645
2115 공지 나는 꿈꾼다3-유식물론 2 이기두 2008.10.06 1667
2114 공지 김홍섭 회원(총무?) 고맙습니다. 10 윤현식 2008.10.06 1595
2113 공지 100북스 홍보 스토리문학 9월호-생활과 문학 1 황예순 2008.10.05 1496
2112 공지 가입인사-인간적인 삶을 위한 달음질 2 이용희 2008.10.04 1511
2111 공지 기천문 KBS 다큐3일 10월11일 10시 10분 황예순 2008.10.04 1577
2110 공지 인문학을 통해 인문학 벗어나기? 유명하다는 원전과 고전을 보자? 7 김원기 2008.10.03 1589
2109 공지 수리물리 학습모임 제안 17 이종필 2008.10.02 1850
2108 공지 [기사] 과학 인문학 만날 때 새로운 학문 혁명 3 이정원 2008.10.02 1463
2107 공지 독서클럽 사람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8 김주현 2008.10.02 1635
2106 공지 이상수 회원 검도 도장 개업(10월 3일) 16 박문호 2008.10.02 18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