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나는 꿈꾼다3-유식물론

by 이기두 posted Oct 06,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는 꿈꾼다2-------唯植物論





                              이     기       두





어느 따뜻한 봄날,


나는 집게가 되어 가족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장난을 하다가


머리에 쓴 소라껍질이 벗어지자


파도가 밀려나면서 머리에 쓰고 있던 내 소라껍질을 가지고 달아났다.


소라껍질이 파도위로 동동 떠가자


나는 두려움에 물속으로 몸을 감추어 필사적으로


껍질집을 구하러 나섰다.


보호해줄 소라껍질이 없으면 


한순간도 안심이 안 되어서. . . . . .





돌 틈에 숨어 있는 소라를 발견하고


몸을 웅크리고 숨어서


한쪽 긴 다리를 길게 뻗어서


소라껍질 위를 톡톡 두드리며





내 집 줘.


내 집 줘.





대답이 없자


껍질 밑을 콕콕 찌르며


내 집 줘.


내 집 줘.





참다못한 소라가


뚜껑을 살짝 열고


내 집이라니


내 등을 두드리며 왜 집을 달래?





나는 네 껍질이 없으면 안 돼.


 너무 무서워.


네 껍질이 내 집이야.


네 껍질 벗어주면 안 돼?





너는 하등동물이라 두려운 정서가 있을 리 없어


그냥 본능이라고.





나는 그런 거 몰라 그냥 두려워.


한순간도 참을 수 없어.


네 껍질 속으로 숨고 싶어


조금만 자리를 내줘.





안 된단다


어린 집게야.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