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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by 전광준 posted Sep 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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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 인사글 남기고, 무심했군요.

 


그간 사업하랴 제 영화 만들랴 분주했습니다. 현재 충무로 사정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스텝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대화하며 실상을 체감하게 됐는데, 많은 영화학교 출신 인력들이 현재 영화계에서 이탈되어 케이블 방송국이나 뮤직비디오쪽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일례로 촬영감독 중 스테디캠을 잘 다루시는 유명한 여아무개라는 분이 계십니다. 영화쪽에서 대우받는 그의 과거 하루 일당이 150만원이었고, 타워팰리스에서 살만큼 부유했으나 지금은 영화쪽 일감이 거의 없어 방송국에서 받는 일당 80만원에 만족하고 일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역시나 무엇에든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기가 어렵죠. 백북스 게시판에서 도장이 어려워 활동을 잘 못한다는 글을 남긴 어느 분의 글을 읽고 남 일 아니라는 생각에 공감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저 역시도 사업을 개시하지 못했으면 마음 속의 여유가 하마터면 마를 뻔 했습니다. 문화적 자원에 접할 수 있는 건 오직 마음 속 여유있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여유를 가져다 주는건 먹고 사는 걱정없을만큼 돈을 버는 일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쨌든 영화쪽이 암울한데, 너는 어찌 이런 영화를 계속 하려고 하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영화쪽이라 통칭되는 충무로와 저는 사실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충무로가 힘들던 말던 저는 제 돈 가지고 영화를 만듭니다. 남들은 남는 돈으로 차를 사고 TV를 바꾸고 옷을 사고 어쩌고저쩌고 한다지만, 저는 남는 돈으로 영화를 만듭니다. 영화쪽 인력들을 고용해서 인건비를 지불하기 때문에 1년에 한두번 영화만들때는 잠깐씩 고용주가 되기도 합니다.

 


그간 과거 학원강사일로 벌어놓은 돈으로 버텼는데, 앞으로 작은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기로 하여 지난 여름은 사업하는데 있는 비용과 시간을 올인했습니다. 이제는 이 곳에서 나온 돈으로 영화를 만들려구요.

 


몇년전 접한 홍콩식 영화제작시스템이죠. 효율적이라 생각했습니다. 과거 엄청난 호황을 누린 홍콩영화계가 90년대 중반이후 불황에 허덕이면서도 <무간도 시리즈>같은 걸출한 작품이 가끔씩 나오는데, 홍콩영화는 이제 끝났다라고 선언했던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니 불황으로 흩어졌던 영화인력들이 개인사업을 하다가 좋은 작품이 있으면 뭉쳐서 도깨비처럼 영화를 만들고 헤어진다고 하더군요. <무간도>를 3주만에 촬영을 마쳤다고 하니, 아무리봐도 홍콩의 제작시스템을 본받을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충무로가 거품낀 호황기를 지나 춘궁기를 거치고 있다는 표현을 쓰더군요. 뭐, 독립영화야 늘 배가 고팠으니까 호황기가 뭔지 춘궁기가 뭔지 모릅니다. 다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놓치지 않고 하려는거죠. 인정받고 못받고는 그 후의 문제입니다. 골프치길 좋아하는 사람처럼 저는 영화 만들길 좋아할 뿐입니다.

 


그럼 창디3차 20일에 뵙겠습니다.

 

 

 




■ 한밭대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전자잡지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더군요. 훌륭하네요. 현재는 시범서비스기 때문에 언제 없어질는지는 모릅니다. 뭐 관계자는 아니지만, 이런 서비스 정말 좋군요.

 


■ 홈페이지 모금은 꾸준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업하느라 지난 여름 있는 돈을 다 쏟아부어 회수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예정이라 한숨 돌릴 10월 중순이후로 보탬이 될 것 같네요.  8월말 촬영하기로 되어있던 영화도 때문에 10월 중순으로 미뤄졌습니다.

 


■ 써놓고 보니, 저를 이해시키는데 시간을 투자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먼저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부끄럽습니다. 100북스에 자주 참여하여 모임을 먼저 이해하는게 제 목표였는데, 평범한 인간인지라 어쩔 수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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