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공지
2008.09.01 21:11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조회 수 1468 추천 수 0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추천받은 책 중에서 제일 먼저 읽은 책입니다.

어쩐지 가장 끌렸다고 할까요. 읽는 내내

여기 나오는 S라는 인물과 저의 공통점을 발견하느라 흥미진진했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가 전투에서 머리를 다친 남자 이야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막연하게 그 남자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우울했습니다.

제가 그 책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이유도 그래서고요.

 


어떤 단어나 숫자에 대한 이미지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은

글을 쓰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것입니다.

글을 쓰다가 잘 안 풀리는 이유는, 이미지가 없거나 불투명하기 때문이죠.

배경이나 캐릭터가 선명하지 않으면

등장인물들은 부유하게 됩니다. 어떤 행동을 해도 어떤 대사를 해도

현실성이 없고 좌충우돌이고 결국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야!> 하게 되거든요.

 


실제로 글을 쓰다 보면

S의 표현법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내가 그랬구나! 하고 깜짝 놀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말에서 맛과 향과 촉감을 느낀다고 했는데

저는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돌아서는데,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깊은 우물에서 지금 막 건져 올린 것 같은, 어두운 물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한없이 무거운 목소리였다.>


<그녀의 어조에는 공격적인 요소가 전혀 없었다. 어째서요, 하고 따지는 것도 아니고 어째서요, 하고 대드는 것도 아니었다. 아기의 살결처럼 부드러운 무엇이, 고양이의 움직임처럼 나긋나긋한 무엇이 그 속에 있었다.>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을 갖다 대면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음색이었다. 나는 남은 힘과 마지막 희망을 추슬러, 코앞에 있는 어둠을 노려보았다.>


- '아름다운 무엇' 중에서


 


심지어 '손을 갖다 대면 베일 것 같은'이라는 표현은


책 속에 그대로 나오더군요!


 


그림이나 사진을 볼 때, 음악을 들을 때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이미지로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써야 하지요.

물론 저는 S와는 달리, 말의 무게라는 말의 이미지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기억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지만요.

 


S에게 행동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상상의 세계가 현실의 세계보다 강하고, 그 안에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건지 불행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 경우에는, 인간은 한 가지 인생밖에 살 수 없기 때문에

글을 통해 다양한 삶의 경험을 얻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 속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세상에 없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결국, 거기에는 한계가 있는 거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은, 생명으로부터 얻어내야만 하는 무엇이 있으니까요.

다른 생명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아가지 못하니까요.

 


이 책을 통해 여러 가지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책을 들고 다니면서 세 명에게 소개했고, 다들 당장 제 책을 빼앗을 기세더군요.

하지만 좀더 음미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 사보라고 했습니다. 하하.


독후감도 비평도 아니지만(저는 그런 것에 영 소질이 없답니다)

<지워진...>을 읽고 나서 또 글 올리겠습니다.

 


서울에는 아침부터 비가 오네요.

이미 등을 돌린 팔월에게 안녕, 손을 흔들고 구월을 향해 팔을 뻗어봅니다.

(팔월도 구월도 저에게는 어떤 존재처럼 생각됩니다.)

 


여긴 참 따뜻하고 편안해요...

  • ?
    임석희 2008.09.01 21:11
    저 또한, 책을 읽는 내내 S와의 공감성을 느끼다가도 순간순간 두려움도 느껴졌더랬는데....
    황경신님의 느낀점에선 그런 두려움은... 별루 안 보이네요. 부럽고... 좋아요~ ^^*
  • ?
    서지미 2008.09.01 21:11
    확실히 전 단순한가 봅니다
    백북스 공간에서
    "황경신"이란 이름만 보아도
    기분이 좋으니 말이예요...^^*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
    &
    <모든것을 기억하는 남자>
    이미 등을 돌린 팔월(황경신님 글에서 내려받음)에
    만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던 책...
    다시 새길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_()_..
  • ?
    김영이 2008.09.01 21:11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도 대단한 책이지요!! 다음 독후감도 기대합니다.
    저도 서박사님처럼 황경신 작가님의 이름을 자주 뵙게 되니 너무 좋습니다.
    비가 내리는 9월 서울 하늘에 함께 있네요. ^^
  • ?
    오영택 2008.09.01 21:11
    황경신 작가님이 종종 글을 올려 주시니 참 좋은데요
    따뜻하고 훈훈해 집니다.
    책 빨리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
    강혜현 2008.09.01 21:11
    아, 황경신님 그님이 맞으시군요.......아 여기서 뵙다니...그때 그 초콜릿우체국이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었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24 공지 내일 오프라인 모임 있습니다~! 송윤호 2003.01.20 2604
2023 공지 내일 오프라인 모임 있는 거 아시죠? *^^* 송윤호 2003.09.18 2250
2022 공지 내일 아침 모임 car pool 신청받습니다. 송윤호 2002.10.01 3293
2021 공지 내일 뵙겠습니다. ^^ 5 송윤호 2003.04.21 2401
2020 내일 백북스 모임에 참석하려 청주에서 출발하는 분 계신가요? 함께 가고 싶습니다. ^^ 7 손민영 2010.11.08 1751
2019 내일 모임에 꼭 참석하고 싶었는데... 못하는 아쉬운 맘에 글 남깁니다. 2 손민영 2010.10.12 1705
2018 공지 내일 모임 카풀합니다. 한남대 -> 아고라 송윤호 2002.11.28 3033
2017 공지 내일 모임 카풀~!!!! 송윤호 2003.03.10 2431
2016 공지 내일 모임 카풀(carpool) 하실분???? ^^ 송윤호 2002.10.21 3132
2015 공지 내일 20일 아침7시 아고라 카페 송년모임 참석하세요 현영석 2002.12.26 2936
2014 내일 (토) "Yuri's night" 행사 안내 임석희 2012.04.13 1231
2013 공지 내일 (10일 화요일) 오프라인 토론 모임 입니다~!!! 송윤호 2004.02.09 1978
2012 공지 내영혼이따뜻했던날들 읽으신분 독후감점 써주세염 최상수 2003.08.13 2114
2011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2 차성현 2010.10.26 1855
2010 내년 책 농사 풍년이 되겠지요 3 현영석 2010.12.31 1614
2009 내가 주말마다 집을 나서는 까닭은... 6 홍종연 2010.02.19 1992
2008 공지 내가 가장 많이 한 말. 6 이소연 2007.12.14 1503
2007 내 아이를 위한 두뇌 영양 간식 특강 안내입니다^^ 박연옥 2009.08.05 1848
2006 공지 내 삶을 바꿔 놓은 시의 미학 2 전재영 2008.04.29 1533
2005 공지 내 삶에 가장 긴 휴가 4 박성일 2008.03.31 126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