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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8 01:32

바흐의 악보

조회 수 1857 추천 수 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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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잠을 자다가 문득

본질을 알지 못하고 쓰는 글은

발이 없는 새와 같다는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일어나서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새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날개일 텐데

어째서 날개가 없는, 이 아니라 발이 없는, 이었을까, 해서요.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발이 없는 새가 있다면

날아다닐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 지쳤을 때, 힘이 다했을 때,

땅에 내려앉아 에너지를 다시 충전할 수는 없겠지, 라는.

 

글을 쓰면서 살아온 십여 년 동안

제가 끝없이 느끼는 갈증은 줄곧 본질에 관한 것입니다.

깊이 없는 우물에서 물을 계속 퍼내다 보면 언젠가 바닥이 드러날 거라는 불안함.

나름대로 우물의 깊이를 더하려고 애를 썼지만

항상 뭔가 모자라다고 느꼈습니다.

 

어제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박사님께 추천받은 여러 권의 책을 주문하고 새벽 세 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어쩐지 마음이 두근두근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악보가 불태워져도

바흐의 악보만 있다면

음악은 다시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어제 박문호 박사님을 통해,

바흐의 악보의 한 페이지를 훔쳐보았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만남에는 이유가 있는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어제의 만남에서 얻은 귀하고 소중한 무엇으로

부족한 저는 조금 더 성장하여

아름다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저를 초대해주시고

그토록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날아다니다 지치면 이곳에 내려앉아

에너지를 나누어달라고 조르겠습니다.

 

 

황경신 드림

 
  • ?
    강신철 2008.08.28 01:32
    아! 우리들에게 맑은 영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신 황경신 님께 감사합니다. 역시 책 안에는 정신 정화제가 들어 있는가 봅니다. 책을 읽고 쓰는 사람들이 가는 길은 조약돌이 투명하게 보이는 맑은 시냇물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
    서지미 2008.08.28 01:32
    "밝고 아름답게"
    월간 페이퍼의 모토라 하셨던가요

    딱 떨어지는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맑은 영혼"이 흐르는...뭐 그런 느낌도 들고.

    토론회 내용중 몇가지 사유의 단어가 생각나는군요
    "상상력이 왜 중요한가?"
    "요정의 존재"
    "보이지 않는 시간"
    "신" "우주" 그리고
    "하늘에 살고 있는 용"
    .....
    이러한 것들은 개념이 먼저 생기고 단어가 생긴건지..,
    단어가 먼저 생기고 개념이 생긴건지...?
    등등
    일상속에 무던히 흐르고 있는
    생각을 딱 멈춰,
    곰곰히 사유해 봅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추상성"과"구체성"을 바탕에 깔고.

    또하나
    작가님이 이야기했던
    이 세상에는 즐길것이 얼마나 많은가?
    "음악" "책" "그림"
    생각을 좀 보태어 "자연"과"문화"까지.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소통.
    .....
    '정말 그렇구나'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은 이야기들.
    "감사했습니다"
  • ?
    이정원 2008.08.28 01:32
    세상에 좋은 음악이 너무 많아서 황홀한 기분이 들다가도
    죽을 때까지 들어도 그 음악들을 다 못 들을거란 생각에 시무룩해지기도 하고.
    세상에 좋은 책이 너무 많아서 가슴벅찬데
    죽을 때까지 읽어봐야 겨우 수 천권이란 생각에 기가 한풀 꺾이기도 하고.
    아. 이 짧은 인생. 어쩔거냔 말이다.
  • ?
    오영택 2008.08.28 01:32
    황경신 작가님이 내려앉는 그날은
    용과 요정이 살아숨쉬고
    순수함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한 소녀가 만들어낸 네버랜드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날이 되겠군요
    기대하고 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김갑중 2008.08.28 01:32
    발이 없는 새........
    三足烏 !
    갑자기 고구려 동굴 벽화 속 이미지가 떠 오릅니다.
    신화에 관심을 가지시고 글쓰기를 하고 계신다고 하셨지요?
    꿈 속에서 많은 스토리와 생생한 이미지를 만난다는 말씀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요.

    원하든 원치않든 우리는 실제세계를 가상모형으로 구축하는 꿈꾸는 기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어느 신경과학자의 말이 절실하게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우리 뇌가 가진 1.5리터와 14W의 희미한 전력만으로 거대한 우주와 상대하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절묘한 전략이라는 것이지요.
    유한한 현실세계와 무한한 가상세계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라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것들 사이의 균형과 조화?
    가상의 자유와 현실의 부자유는 안과 밖이 하나인 동전과 같은 것이라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두 세계를 살아가야하는 이중 국적자일 수 밖에 없다는 모기 겐이치로의 말이 생각납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시는 분을 만나면 좋은 기분이 됩니다.
    자주 뵙고 많은 얘기를 들려주시면 합니다.
    좋는 강의에,
    맑은 글까지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 ?
    문경수 2008.08.28 01:32
    대전에 내려가는 차안에서 시종일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셨지요?
    캠코더 렌즈로 본 강연 모습,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
    윤보미 2008.08.28 01:32
    저마다 자신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황경신님의 맑고 투명한 창과
    자연과학의 견고한 창.

    서로의 창을 빌려 세상을 바라보는 것...
    정말 멋지고 재밌는 일 같아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김경희 2008.08.28 01:32
    한가득 감성을 선물받았네요. 느끼셨겠지만 동네가 살짝 삭막해서, 귀한건데요. 늘 가지고 다니시는 솔직함, 겸손함과 함께 들려주신 이야기들 재미 킹왕짱 였어요. 들으면서 영화 컨택트 같은 상황이 생겨서 우주로 한사람 시간여행을 조디포스터처럼 다녀와야 한다면 황경신님을 추천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말하자면 헤드헌팅 ^^~. 다녀와서 가장 잘 이야기 해주실거 같아요. 만나서 행복합니다.
  • ?
    임석희 2008.08.28 01:32
    맑은 영혼을 전수 받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언젠가 다시 뵙게 되겠죠. ^^*
    더불어 좋은 글까지... 감사합니다.
  • ?
    황경신 2008.08.28 01:32
    누군가에게서 순수함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보는 사람 속에 순수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잘 비춰줄 수 있도록, 깨끗한 거울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닦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대전이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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