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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북카페 "이데"

by 이동선 posted Aug 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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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 사회











[사람@세상]‘문학적 사건’을 꿈꾸는 북카페 운영 소설가
2008 03/18   뉴스메이커 766호







소설가가 만든 북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대전시 중구 대흥동 이공갤러리 옆에 자리 잡은 북카페 ‘이데’(042-222-4008)는 소설가 김운하(41)씨가 운영하는 아주 독특한 공간이다. 책과 음악, 커피가 어우러지고 작은 갤러리를 겸한 인테리어에서 문학적 향취가 흠씬 묻어난다. 이데가 자리 잡은 곳이 한때 대전의 문화를 상징하는 거리였다고는 하지만, 충남대 캠퍼스가 유성으로 옮겨간 후 거의 힘을 잃은 듯한 거리에 새삼 이런 공간을 만들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2001년에 ‘137개의 미로카드’를 탈고한 후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마치 종적을 감추기라도 하듯 서울생활을 접고 대전으로 내려왔어요. 무슨 연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아는 문인들의 권유에 따른 것이죠.”

그는 서울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의 여유가 있으면서도, 그렇다고 아주 외딴 시골도 아닌 대전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경북 영천의 분위기와도 흡사하다고 할까. 몇 개월 정도 머물면서 공부나 좀 하려던 당초 생각이 싹 바뀌고 말았다. 그는 시내에 마당이 있는 집을 얻어놓고 대흥동의 한밭도서관을 오가면서 책에 파묻혀 지냈다. 그것은 ‘137개의 미로카드’에서 던져놓은 무수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한밭도서관을 서재삼아 드나들면서 그는 대흥동 거리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몇 안 되기는 하지만 제법 오래된 문화적 공간도 있었고, 그 사이로 역시 몇 안 되는 새로 난 갤러리들도 어색하지 않게 끼어 있었다. 도서관과 성당, 평생학습원과 학교가 적당히 섞여 있는 모습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사고’를 치기로 했다. 이곳에 내 공간을 만들고, 마치 잠든 것같이 조용한 거리를 흔들어 깨우리라. 작지만 큰 문화적 사고를 치리라.

그렇게 해서 북카페 이데가 탄생했다. 삼겹살집 가게를 뜯어내고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 테라스도 만들고 평소 애장하던 소품들도 내놓았다. 거의 유일한 재산이라 할 수 있는 1만여 권의 장서 중 일부를 옮겨 작은 서재도 꾸몄다. 적지 않은 무리가 따랐으나 마음만은 즐거웠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스스로 즐기던 커피를 끓여내는 일, 꼭 지인이 아니면 어떠랴. 우연히 들러서 커피 한 잔에 담소를 나누고 가는 이들의 모습은 그를 행복하게 했다.

“서구문학, 아니 우리 현대문학에서도 카페가 새로운 경향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였던 것처럼 이 작은 공간이 새로운 문화적 사건을 일으키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비록 그 규모는 작더라도 자주 전시회도 열고 공연도 하고 문학행사도 할 작정입니다. 이곳이 기점이 되어 이 일대가 다시 문화적 활력을 되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요.”

그래서 그는 거리를 돌아다니면서도 이것저것 기웃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얼마 전 보아둔 작은 가게에 햇볕이 무척 잘 들어 책방 같은 것을 내면 좋겠다는 식의 자기만의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것이 당장 이룰 수 없는 꿈이면 어떠랴.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그지없으니.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5년 ‘죽은 자의 회상’이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장편소설 ‘사랑과 존재의 피타고라스’(1996) ‘언더그라운드’(1998)에 이어 ‘137개의 미로카드’를 발표했다. 그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을 탈고하는 대로 그간의 경향에서 탈피한 소설을 써볼 계획이라고 한다. 그간 너무 추상적이거나 존재론적인 문제들에 매달려오면서 소위 ‘평론가용’ 소설을 써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 이야기 같은 작품을 써보는 것도 좋겠지. 그는 살짝 들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북카페 이데가 대전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게 되기를 기대한다.

<대전 | 정성균 로컬리스트 eksk2225@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