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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씨, 호박씨

 


 


                                           백석

 


 


어진 사람이 많은 나라에 와서


어진 사람의 즛을 어진 사람의 마음을 배워서


수박씨 닦은 것을 호박씨 닦은 것을 입으로 앞니빨로 밝는다


 


 


수박씨 호박씨를 입에 넣는 마음은


참으로 철없고 어리석고 게으른 마음이나


이것은 또 참으로 밝고 그윽하고 깊고 무거운 마음이라


이 마음 안에 아득하니 오랜 세월이 아득하니 오랜 지혜가 또 아득하니 오


랜 인정이 깃들인 것이다


 


 


이 적고 가부엽고 갤족한 희고 까만 씨가


조용하니 또 도고하니 손에서 입으로 입에서 손으로 오르나리는 때


벌에 우는 새소리도 듣고 싶고 거문고도 한 곡조 뜯고 싶고 한 오천말


남기고 함곡관도 넘어가고 싶고


기쁨이 마음에 뜨는 때는 희고 까만 씨를 앞니로 까서 잔나비가 되고


근심이 마음에 앉는 때는 희고 까만 씨를 혀끝에 물어 까막까치가 되고


 


 


어진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는


오두미를 버리고 버드나무 아래로 돌아온 사람도


그 녚차개에 수박씨 닦은 것은 호박씨 닦은 것은 있었을 것이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벼개하고 누웠든 사람도


그 머리맡에 수박씨 닦은 것은 호박씨 닦은 것은 있었을 것이다


  • ?
    전재영 2008.07.29 02:05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마음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어진 사람이 많은 100booksclub 학습공동체에도 인정의 꽃밭이 자라나길 기원합니다.
  • ?
    김영이 2008.07.29 02:05
    백석의 시군요. 백석의 시도 좋고 전재영님의 댓글도 좋네요. 백북스 학습공동체 인정의 꽃밭이 자라길 저도 기원해봅니다^^
  • profile
    김홍섭 2008.07.29 02:05
    요즈음 문태준시인 토론회 이후.. 시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백석의 정말 많은 느낌을 주네요.
  • ?
    문경목 2008.07.29 02:05
    전재영 회원은 이제 100북스의 시읽는 소년? ^^
    문태준 시인과 함께한 토론회에서 시낭송을 했던 전재영 회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 ?
    양승옥 2008.07.29 02:05
    전재영 회원님의 감수성 최고입니다.
    잘 들었습니다.
  • ?
    이병록 2008.07.29 02:05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젊은 회원이 많이도 아는구나'하고 생각했는데, 전재영 회원의 시가 아니고 백석 시인의 시로군요.
  • ?
    전지숙 2008.07.29 02:05
    오래간만에 전재영님의 시를 보내요..
    문태준님의 강연때 모습이 다시금 생각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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