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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정신과 의사로 만들어주시고 지금도 지켜봐주시는  스승이신 이시형 박사 ( 오랫동안 고려병원, 강북 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로 계시다가 지금은 홍천에 있는 '선마을' 촌장으로 계심 ) 어머님이 104세를 일기로 돌아가셨습니다.


흔히들 말하는대로 호상이었지요.

어제 조문 인사 말씀을 담은 편지를 받고 많은 생각과 느낌이 있었습니다.

잊고 있었던 여러해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겹쳐지면서 울었지요.

아무래도 혼자 보기가 그래서 우리 회원들과 같이 보면서 우리 어머니, 우리 할머니의 모습을 다시 한번 그려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외람된 생각이 들어 소개드리려 합니다. 무례함을 용서 바랍니다.

 


" 신록이 무르익는 참으로 좋은 계절 안녕하시죠?

이뢰올 발씀 다름 아니오라 평소 아껴주시던 저희 어머님 " 서울선 마리아'님이 향년 104세를 일기로 지난 5월 30일 새벽에 영면 하셨슴을 삼가 아뢰고자 합니다.

두루 알려 저희 불효를 사해야 마땅하지만 바쁘신 분들에게 행여 누가 되랴 가족끼리 장례를 치렀습니다.

조화도 위로금도 사양하고 결례된 점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저희들의 충정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어머님은 1905년 음력 6월 13일 달성 서시 문중에 맏이로 탄생, 질곡많은 한세기를 거치면서 5대 종손의 맞종부로서의 도리와 품위를 지켜 의연히 살아오셨습니다. 15살 경주 이가 지저문중에 출가한 이래 지금까지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대견스런 짓도 더러는 했으련만 어머님은 우리 형제 누구의 뺨도 어루만져 주신 적이 없었습니다.

엄한 부덕의 규범 탓이겠지요. 어머님은 그렇게 자신에겐 엄격했었습니다.

어머님이 살아오신 20세기는 우리 한반도에 유래없는 전쟁과 가난의 연속이었습니다. 1958년 겨울 52세 아버님을 여위고도 꿋꿋이 7남매와 조실부모한 조카들까지 9남매를 당당히 키워 내놓았습니다.

어머님이 시집올 때 손수 쓰신 옥단전 3권과 문집 2권 6.25 전쟁 와중에 사라진게 못내 아쉽습니다만, 우리 가문의 어느 문집보다 자랑스런 가보였습니다.

어머님의 생애는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위대했습니다. 이것은 단지 자식된 도리로 애틋한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 정녕 아닙니다.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의 자세하며, 겸손 소식이 104세 까지의 건강 비결이었다는게 의사로서의 제 생각입니다.

제가 ' 건강마을'을 구상하면서도 언제나 제 표상은 어머니였습니다.

임종에 즈음하여 어머니는 참으로 대인다운 위엄있는 풍모를 보여주셨습니다.

급성폐렴으로 입원하시게 된 그날 점심까지  어머님은 언제까지나 건강하셨습니다. 입원 후 급성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으셨지만 멀리 떠난 아이들이 돌아올때까지의 하루 반 동안 , 어머님이 보여주신 인내와 끈기는 지켜보는 저희들로 하여금 경탄을 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맏며느리가 공항에 내린 순간 오전 6시 10분경, 어머님은 조용히 마지막 숨을 거두셨습니다.

잠자듯 조용히, 그지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아픈 눈물만큼이나 , 한 위대한 대인의 인간승리를 축하하는 저희들의 자랑과 슬픈 환희의 대열에 함께 해주시길 빌면서 졸필을 마칩니다.

어머님이 세상에 남기신 명에에 손상이 가지않게 저희들 9남매와 21손자녀, 16증손자들은 언제나 스스로를 돌보는 자세로 살아갈  것입니다."

 


70이 넘은 아들의 애끓는 사모곡에 목이 메었습니다.

 

최근 졸지에 부모님을 잃고 애통한 마음을 주체하기 힘드신 박성일 원장님께 다시

위로의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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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찬 2008.06.12 14:51
    오늘 날씨가 덥고, 점심 밥이 맛이 없었다고 방금 짜증을 부리던 참이었는데 글을 읽다 보니 한 편으론 마음이 안정됩니다. 뭐, 소위 패리스 힐튼같은 화려하고 야단법석하지 않은, 단아한 삶을 사셨네요... (감히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 지 싶습니다.) 당당하게 살아오신 모습에 삶의 지혜를 또 한번 배워봅니다.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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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찬 2008.06.12 14:51
    더불어 박성일 원장님께도 댓글로나마 위로를 드립니다. 평소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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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식 2008.06.12 14:51
    이시형 박사님 책 보고 가치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저번 모임이 있었던 토요일, 할머니 뵙고 왔었다는 기억이 덧붙여 져서,
    왠지 의미 있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자신을 존재하게 해 준 분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 가야할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
    임석희 2008.06.12 14:51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살아있는 자의 가슴속에 남는 것이 영원히 사는 것이라는 어떤 분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원장님 덕택에 차분히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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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8.06.12 14:51
    인생이란 무엇인가?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의 추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기억하고 있은 사람마저 죽어버리면 그 추억(기억)은 어디에 남아있을까요?. 손자 증손자? 허공? 우주? 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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