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원 문제는 의식의 기원 문제와 함께 생물학에서 가장 심오한 난제입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이 문제에 도전했고 그 결과 많은 성공과 통찰을 얻었으며 또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생명의 기원 문제는 의식의 기원 문제와 함께 생물학에서 가장 심오한 난제입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이 문제에 도전했고 그 결과 많은 성공과 통찰을 얻었으며 또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생명의 정의는 생명의 기원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찾으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것을 찾을 수는 없으니까요.
NASA의 외계생명체 위원회에서는 “생명은 스스로 유지할 수 있고 다윈식 진화를 할 수 있는 화학계”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생명이란 성장하고 번식하며 진화하는 biochemical machine"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자들마다 생명의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계의 유지 및 성장, 번식과 복제 그리고 진화라고 하는 키워드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과연 46억년의 역사를 가진 지구상에 언제, 어떻게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했을까요?
잠시 옆길로 새서, 일단 지구상에 어설픈 수준의 생명체라도 그것이 출현하기만 한다면 그 생명체는 오늘 우리가 볼 수 있는 1000만종의 다양한 생물들을 출현하도록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놀라운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는 위대한 과학자, 다윈이 훌륭하게 설명하였습니다.
다시 기원 문제로 돌아와, 최초의 생명체 출현 시기는 미화석에 대한 형태 및 생화학적 연구 등을 토대로 대략적으로 40억년에서 35억년 전 사이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오래전 지금과는 너무도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었을 원시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체는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생겨났을까요? 물론 이 과정은 자발적이고 물리화학적인 어떤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화학적 진화과정”이라고 부릅니다.
화학적 진화과정과 관련하여 유명한 “RNA 세계” 가설 등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설명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의 뿌리는 오파린이 1922년에 제안한 가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원시 지구의 대양에는 자발적인 물리화학적 과정을 통해 무기물로부터 간단한 유기물이 만들어졌고 이들이 중합되어 거대한 복합 분자들이 만들어졌으며 결국 이 거대분자들이 모여 코아세르베이트와 같은 원시 생명체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파린의 가설은 간단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려 하면 실로 많은 어려운 과제들과 씨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무기물로부터 간단한 유기물이 합성되었는가?
- 간단한 유기물이 복잡한 유기분자들로 중합되는 과정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 세포에서 보이는 분자의 선택성(chirality)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가?
- 생명체의 두 가지 특성인 대사와 유전은 동시에 출현했는가 아니면 독립적으로 출현했는가?
- 대사와 유전이 독립적으로 출현했다면 어느 과정이 먼저이며 언제 어떻게 통합되었는가?
- 최초의 자기복제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분자 혹은 시스템?
...등등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유명한 유리와 밀러를 포함하여 John Baross, Gunter Wachtershauser, Louis Allamandola, A.G. Cairns-Smith, Walter Gilbert, Jack Szostak, S.A. Kauffman 등 수 많은 과학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 과학자들은 다윈이 생각했던 “따뜻한 작은 연못”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많은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최초 생명체는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져 축적된 유기분자들의 농도, 다양성 그리고 복잡성이 어느 수준 이상을 넘게 되면 창발적으로 출현했을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그것은 일종의 “상전이”와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특이한 상전이를 지배하는 법칙은 아마도 “카오스 이론”과 유사한 어떤 것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제가 좋아하는 Kauffman과 같은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 이와 같은 화학 진화 과정은 생물 진화 과정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즉 두 과정 모두 어느 시점에선가 도약이 일어납니다. 다양성 또는 복잡성의 증가 그리고 창발, 새로운 특성의 출현은 생명과 관련된 물질계에서는 필연적인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의식의 출현 과정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생명의 기원 문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게 최근에 출간된 “제네시스”(로버트 M. 헤이즌, 2005, 역2008)라고 하는 책을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40억년-35억년 전, 바로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을 무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또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Kauffman의 “혼돈의 가장자리”(1995, 역2002)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최초 생명체 탄생 이 후 생물의 진화사가 궁금하시다면 앤드류 H. 놀의 “생명, 최초의 30억년”을 읽기를 권합니다. 이 책은 약 35억년 전부터 5억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 생물 진화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헤이즌과 놀은 함께 연구도 했던 사이로 “제네시스”에 그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또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무엇이고 그 시기에 대체 지구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궁금하신 분들은 마땅히 굴드의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를 읽으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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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books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아서인지 금방 잠들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를 읽었습니다.
금요일밤에 아내가 읽겠다고 침대맡에 둔 책을 제가 먼저 읽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내가 읽으려고 빼 놓은 책이 재밌어보여 빼앗아 읽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새벽이 되어서야 다시 책을 펼쳤습니다.
Cooper의 '세포학 3판'을 뒤적거리다가 그냥 첫 장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8억년 전 최초의 생명에 대해서 언급하고 넘어가는 대목에서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제가 100books 독서토론회에 처음 참석한 것은 '생명의 기원'에 관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100books 선정도서인 <생명, 최초의 30억년>이 바로 저를 100books로 이끌게 한 책입니다.
그 이후로 100books에서 어떤 공부를 했나 돌아보았습니다.
우주의 기원, 별의 일생, 생명의 진화, 뇌의 진화..
<천문우주모임>, <뇌과학모임>에서 습득한 지식과 통찰은 임팩트도 강했지만 그 양과 밀도가 엄청났습니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방대한 양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다시 '최초의 생명'이 어떻게 생겨났을까라는 문제로 돌아왔습니다.
9 개월 전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고 여전히 답은 모르지만 이제는 생각이 쭉쭉 뻗어나갑니다.
우주와 별의 탄생, 초신성의 폭발, 태양의 핵에너지, 지구 대기중 산소량 변화,
원핵세포와 진핵세포, 마굴리스의 세포공생설, RNA world, DNA와 단백질 합성,
뇌의 진화와 기억의 매커니즘...
이런 생각에 잠겨있다가 100books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엄준호 회원님의 글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 새벽에 나 말고도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찌릿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