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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평범한 삶

by 장현도 posted May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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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책을 보다가 머리를 식힐 겸 ,잠시 밖을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하나가 시야를 가로막는 담벼락 위로 반짝거렸다.

이름도 모르는 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어렴풋이 어린왕자가 분화구를 열심히 쑤시는 모습이 보였다.

어린왕자가 분화구 주위를 닦아낸다거나

분화구에 들어간 먼지를 털어낸다거나 하는 일들은

그에겐 사소한 일상이었다.


중학교 때 일이다.

국어선생님께서 자신의 꿈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 꿈이란 것이 아주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 당시, 나는 선생님의 꿈이 겨우 그런 것이냐고 선생님께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이런 나의 생각들이 바뀌었다.


최근에 어린왕자를 다시 읽어보면서,

국어선생님은 어린왕자와 같은 마음을 간직하고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어린왕자에게서 찾는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게 보일 지

 


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린왕자가 평범하다 못해 진부한 일상에서 부지런히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얻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고민해 본다면 쉽게 그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왕자는 분화구를 청소하고, 장미에게 물을 주면서

평범하고 단순한 생활의 기쁨을 실천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사소한 생활습관에서 오는 조용하고 은은한 편안함이 그에게 기쁨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행복은 직접 겉으로 드러나 환희를 주거나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그 행복이란 것은 돈, 명예, 권력, 허영처럼 거짓된 행복이 아닌

성실함에서 오는 진실한 마음과 그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국어선생님도 그런 뜻에서 평범한 삶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오늘같은 밤에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려서 돌아보게 된다면,

양을 그려달라고 졸라대는

어린왕자가 서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