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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가, 그리고 공부를 하다가...(첫번째)

by 임석희 posted May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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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천문우주 모임의 공부 주제는 “세포의 춤”이었다.

 


1. 바위는 나비로 날아오른다.


첫 강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주에서 발견된 물질, HCN 그리고 CH2O.


HCN은 5개 모이면, 유전자에 들어있는 아데닌이 되고, CH2O는 6개가 모이면 포도당이된다. 내 몸을 이루는, 생명체의 구성인 단백질과 포도당.


우주에 있는 물질은 그것으로 인해 만들어진 우리 이외의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한다. 또, 아주 아주 오래전 그 물질로 인해 지구상의 생명체가 탄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을 만났다.


우리가 흔히 분류하는 방식으로 볼 때, 화학원소로 구성된 어떤 분자, 즉 HCN과 CH2O는 엄연한 무생물이다. 그런데, 나는 생물이잖아? 어떻게 같을 수가 있어?


그런데,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과 최근 화학실험실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그 HCN와 CH2O는 나와 동일한 존재다. 다만, 생명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을 뿐.


 


일단, 생명체가 그 두 가지 물질에서 기인한다고 보자. 그러면, 어느 순간에 이상한 질문에 부딪힌다.


"그렇다치면, 어떻게 무생물에 생명력이 부과되는 것일까???@@ "



 


이것이 7차 천문우주모임에서 공부하던 중 떠오른 충격적인 질문이었다. 나와 무생물을 동일시해야 하는 것을 바로 내 눈앞에서 인정할 수도 없고, 인정해야만 하는 그런 순간과 맞닥트리게 된 것이다.


 



우연인지 박성일 원장님께서 쉬는 시간에 내 앞으로 오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을 던졌다. “원장님, 지금 설명으로 치면, 내 몸을 구성하는 이 물질들은 분명 무생물인데, 어떻게 생명이 있는 저와 같을 수 있죠? 만약 같다면, 어떻게 같아지요?”


박성일 원장님의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당연히 같은 존재지. 같은 물질이지. 무생물이나 생물이라는 것의 차이가 없는거지.”


 


헉!


내가 무생물이고, 내 몸의 어떤 분자구조가 생물이라는 믿기 어려운 말이 맞다고 주장하시는 이분이 의사선생님 맞으신가???


아니! 어떻게??? 내가 질문을 던지긴 했어도, 이게 어떻게 말이 되느냐 말이야???



 


이어지는 원장님과의 대화.


“내 손에서 떼어낸 미세한 세포는 생물인가? 아닌가? 생명이 있는가? 아닌가?”


“세포... 움직이니까.... 생명이 있겠죠. 생물이죠.”


“당연하지, 생명이 있지. 생물이지. 자, 그럼, 그 분자는 생물이야? 아니야?”


 


끙... 머릿속이 복잡하다. ‘분명 생명에서 나온것이니, 생물체라고 답해야하는데, 어떻게 화학구조식인 HCN과 CH2O가 생명치라고 답할 수 있어??’


난 표정이 일그러졌다. 잠시 생각한 후 얼버무리듯 대답한다.


“생명이라고 답해야하는데, 인정하기가 어려워요. 그들은 분명 무생물인데...”


“아니, 어떻게 그게 무생물이야? 자네 몸에서 나온건데!!!”



난 지지않고 말한다.


“그럼, 화학물질이야 그렇다 치고, 화학원소만으로 구성된 금속은...알루미늄같은 금속도 생물이게요?”


“그럼, 당연하지!”


헉@@ 이런 말도 안되는 대화를 하고 있다니!!


“그건 말이 안돼요. 내 몸속에서 나간 건 그나마 어떻게 동의한다고 해도, 금속 덩어리가 어떻게....???”


“금속은 아주 안정화된 상태에 있는거야. 만약에 금속이 활성화된다면?”


“그럼, 탄소의 전자껍질이 외곽으로 이동해서 활성화되는 것처럼요?”


“그렇지, 활성. 그 말을 생각해봐. 그때가 바로 생명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는 순간이야.”


멍~~~해진다.


안정화된 탄소 C가 불안정한 들뜬 상태의 C가 되는 순간. 화학 반응을 하기 위해 네 개의 팔을 뻗는 것. 그때가 바로 의식이 들어가는 시점이라니...


“의식은 그래도 동물이나 식물같은 생명체에만 있어야...하지 않나요?”


질문을 하긴 했는데, 점점 복잡해진다. 혼란스러운듯하면서도 정리가 되는 듯하다.



“동식물과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 역시, 동식물에 의식이 있다는 것이군요!”


잠시 멍한 사이, 다른 회원이 던진 말이다.


“유레카. 바로 그거야. 동식물에도 의식이 있어. 의식이 인류의 전유물은 아니야. 의식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해요. 지금까지의 개념으로 말하는 의식은 인간의 우월성에 입각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혹은 조금 더 양보해서 최근엔 동식물까지 확대해서 생명체가 가지는 거라고 보는데, 결코 그렇지 않아요.”




그래, 그렇다 치자. 모든 무생물이 들뜬 상태가 될 때 의식이 생기는 순간이라면,


“그럼, 의식은 에너지인가요?”


“물질이지. 의식도 물질에서 나오는거지. 대칭이 파괴되는 것. 그것이 의식이야.”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물질은 빛으로, 빛은 에너지. 그럼, 의식이란... 에너지?? 그래서, 안정된 상태가 에너지를 받아서 활성화될때 그때가 의식이 생기는 시점?”



지금의 대화가 이번 월드사이언스 포럼에서 에델만이 주장한 “물질에서 상상력으로”라는 강연과 비슷하다는 말씀과 더불어, 원장님은 끝으로 하나의 그림으로 설명을 마무리 해 주셨다. 에델만에게 보여주었더니, 바로 핵심을 집었다며 싸인 받았다는 원장님의 그림.


 


에델만의 사인이 그려져 있다는 그 그림.(앞의 사진을 참조하세요)




 


어떤 힘에 의해 바위(무생물)가 움직이면(에너지를 얻어 반응하면), 종국에는 나비가 될 수 있다.(의식의 탄생, 무생물의 생물로의 전환) 이것이 그림을 요약한 한 문장이다.


 



“의식의 개념을 새로 정립하고, 인간의 우월성을 탈피하면, 얼마나 자유로와지는지!


우리가 종국에는 이것에 도달해야 합니다.”


이것이 짧은 원장님의 마지막 말씀이었다.



 


충격적인 짧은 10분의 강연.


아직은 100%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의식이라는 것이 에너지 활동에 기인한다는 것, 그렇다면 물질과 영혼은 어쩌면 같은 존재라는 것.


 


결론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충격 속에서 건져진 깨닳음은 있는 듯하다.


놀다가... 그리고, 공부를 하다가... 무언가 깨닳기.


이것이 바로 내가 백북스클럽의 천문모임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