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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하면서

by 양경화 posted May 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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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하면서



마음이 무거운 날은

밥상이 가벼워지지

인스턴트 메밀국수에 김치 한 접시

그런데 왜 이리 설거지거리가 많을까



살아가면서 때로는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어야 하는 날이 있지

예를 들어 오늘처럼, 대기가 불안정한 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



국수를 좋아하는 딸애는

맛없는 면을 뭉텅뭉텅 삼키는데, 그 옆에서

숙제를 안했다고 야단을 쳤다

충혈된 눈으로

남은 국수 몇 가닥을 건져먹는 아이

 

기름기도 없는데 웬 거품을 이리 많이 풀었을까

울음소리 섞여나는 수돗물로

오래 오래 그릇을 씻어낸다

내일 저녁엔 고기라도 구워야겠다

 

*****

아이들이 잠든 시간, 반성문으로 이 시를 썼습니다.

그것도 빨리 자라고 소리친 후에 말이죠.

생각과 행동이 참 같이 가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훌쩍이는 아이를 마음으론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자면서 마음 상했던 일 다 잊어버리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숙제는 해야 한다는 것만 빼구요.(엄마들이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