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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9 09:26

내 삶을 바꿔 놓은 시의 미학

조회 수 1533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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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읽기는 3주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날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하지만 그 날 탄생이란 말이 비단 우주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도 탄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단한 순간이 찾아온 날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대한민국에 또 한 명의 시인이 탄생한 것이다. 나 같은 문외한이 감히 스스로를 시인이고 말하는 것은 무릇 시를 비하할 수 있으나 이것은 시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 된 것이었다. 스스로 시인이 되지 않고서야 어찌 시를 제대로 영접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시인으로서의 또 다른 나는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과 함께 탄생 되었다.


내가 시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던 것은 한 시인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시의 세계로 초대한 시인은 바로 박문호 박사님이셨다. 내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말과 함께 시의 세계를 잠시나마 엿보게 해 주셨다. 살면서 한번도 가보지 못하였고 평생 갈 엄두도 내지 않았던 길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제시를 해주셨기에 나는 그대로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박사님께서 권해주신 시집은 문태준 시인의가재미였다.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주옥 같은 시편들이 내 잠들어 있는 오감을 깨워주었다. 그 중에서가재미라는 시는 너무도 애절하여  지갑 속에 넣고 다닐 정도이다. 게다가 가수 이은미가 가재미라는 시를 보고 재기를 결심했다 길래 이은미 팬클럽에 가입하여 글도 남겨보았다. 몇 일전과 비교했을 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문태준 시인의가재미라는 시집을 시작으로 책장에 박목월, 유치환, 조지훈, 백석의 시집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학창시절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시집을 왜 이제서야 보고 있냐며 의아해 하시는 어머니, 학교에서 시집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 교우들 눈에 물음표가 선명했다. 갑자기 시는 왜 읽느냐고 물어보면 그저 웃음으로 답을 할 뿐이었다. 열 마디의 말보다 단 한번의 침묵이 오히려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를 읽고 내 스스로가 변한다면 주변사람이 제일 먼저 느끼게 될 것이니 말이다.


어느덧 3주의 시간이 흘렀다. 시를 읽음으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나를 알게 되고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간 서툴렀던 자연과의 대화에서도  말문이 트이게 되었다.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이 떠오르면 때 늦은 사춘기가 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고 보도 블록 사이에 피어난 작은 생명을 보고 힘을 얻는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시의 힘이라니 박문호박사님께서 시 읽기를 강조하신 이유를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6 10일은 나에게 있어서 또 한번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다. 나를 시의 세계로 빠지게 만든 시인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정말 기대된다. 아마 그 전날 밤은 잠도 제대로 못 잘 것만 같다. 100booksclub이 다시 한번 좋은 인연을 만들어 주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그 날이 나에게만 특별한 날이 되지 않고 100booksclub회원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 경험상 시집은 하루아침에 읽혀지지가 않습니다. 미리미리 읽어서 610일 오감을 활쫙 열고 다함께 문태준 시인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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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에의 향수를 노래한 박목월의 작품과 문태준 시인의 시 한편 소개합니다.

 

춘일


                박목월

 


여기는 경주


신라 천년……


타는 노을

 


아지랭이 아른대는


머언 길을


봄 하로 더딘 날


꿈을 따라가면은


 


석탑 한 채 돌아서


향교 문 하나


단청이 낡은 대로


닫혀 있었다.


 

 




내가 돌아설 때


                                                  문태준


 


내가 당신에게서 돌아설 때가 있었으니


 


무논에 들어가 걸음을 옮기며 되돌아보니 내 발자국


뗀 자리 몸을 부풀렸던 흙물이 느리고 느리게 수많은


어깨를 들썩이며 가라앉으며 아, 그리하여 다시 중심


을 잡는 것이었다


 


이 무거운 속도는, 글썽임은 서로에게 사무친다고


할 수밖에 없다


   



 



  • ?
    임석희 2008.04.29 09:26
    최근 회원들 덕택에 음미하는 시를 읽으며 느낀 것은...
    언젠가 한 번 외워봤던 시들은 갑자기 무언가 센서가 눈을 뜨는 기분, 아련한 기억들이 떠오르며 공감이 쉬운 반면,
    오늘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시들은 상대적으로 감흥이 다가오는 속도가 더딥니다.
    현대시가 주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센서, 감성이 많이 가라앉아있다는 걸 스스로 알 수 있겠어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감성이 사라진다는 일.
    감성이 살아나야, 인식이 가능하고, 제대로 된 인식이 있을때야 비로서 문제 제기가 가능하며, 그것을 고치기 위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것이 바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고대 신들(이카루스의 아버지, 건축가인데 성함을 까먹음)이 증명해 줬으니...

    찬찬히 여러번 음미해야한다는 재영씨 말에 두손들어 찬성!
  • ?
    송윤호 2008.04.29 09:26
    임석희 누님의 '센서가 눈을 뜨는 기분'에 공감이 되는걸요? ^^
    아무래도 우리 회원님들의 센서가 점점 민감해지나 봅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게시판 모범생 멋진 재영이 항상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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