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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도곡 정점교선생님, 동양학자인 소천 박영호선생님, 경주동국대 동양화교수 허만욱선생님, 서예가 솔뫼 정현식님, 바둑과 다도를 하는 황룡골지킴이 강종훈 강승리남매, 그리고 저 한의사 김세환과 다수의 업저브로 구성된 황룡회 모임입니다. 박문호박사님도 거의 황룡회 회원이십니다. 100북스클럽의 회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얼마전 대전의 수유너머팀들과 했던 조인트 회합때에 황룡회도 참석했더랍니다. 참 뜻깊고 좋은자리 였습니다.

 

하야우(夏夜雨)

 

황룡골 여름밤에

보슬비  내리는데

침묵과 함께 마신

찻잔수 헤아릴수 없네.

제철만난 시냇물

군가를 부르는 병사들처럼

시끄럽게 흐르고

야밤의 휘파람새 소리

빗물에 눌려 가냘프다.

어둠속에서도 창밖으로

보일건 다 보이네.

가까운 어둠은 나무들이고

먼 어둠은 산이다.

처마끝엔 낙숫물이 떨어지고

가로등엔 빗줄기가

화면 낡는영화처럼 흐릿하고

저 빗속에서도

나방과 곤충들은 제각기 바쁘다.

이 작은 다실에서

욕망과 쾌락은 애석하게도

앉을 방석이 모자란다

 

 

황룡골의 일몰

 

시간이 몰려다니는 빗줄기처럼

우두둑거리며 가고 있다.

아까 낮에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식사와 차를 마셨는데

벌써 황룡골 계곡엔

평화의 일몰이 스미고 있다.

산밭은 진하게 생기있고

떠들던 새들도 둥지로 돌아갔는지 조용하다

낮바람에 시원하게 춤추던 산나무들도

미동도 않고 묵상에 빠졌고

감나무조차 삼매에 들었다.

그렇게 웃으며 천진하던 산꽃들도 눈을 감고 있다.

우주의 호흡이

날숨에서 들숨으로 바뀌고 있나보다.

촛불을 켜고 벽에 기대 앉아

허슬픈 욕망의 잔재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나가야 하는 시간이다.

일몰의 시간은 그런 맛이다.

 

 

 

黃山楓葉飛

獨坐見窓外

不知濁世事

只忌世人苦

황룡골 깊은산에 단풍은 날리는데

홀로앉아 차마시며 한가로이 창밖을보네

이리저리 시끄러운 세상살이에 내이미 마음접은지 오래지만

그래도 다소나마 걸리는것은 세상사람들의 한숨소리가 마음에 걸리네

*어느가을 일요일 아침에 황룡골 친구집에 갔더니 친구가 홀로 차를 마시며 이런 모습으로 앉아 있기에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 ?
    이상수 2008.04.26 12:03
    너무나 멋지게 다가오는 시입니다.
    황룡골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그런 정취를 노래할 수 있는것은 화자의 안목과 느낌이 중요하겠지요.
  • ?
    현영석 2008.04.26 12:03
    안녕하세요 ? 아침 일찍 동네 이발소에 다녀오면서 아파트 앞 감나무 연록색 새잎순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봄 생명의 색깔을 띤 생명의 소리이기 때문이겠지요. 세상 살이를 더 감칠나고 살 맛나게 하는 분들이 곳곳에 너무 많다고 생각됩니다. 황룡골 시가 또 이런 시를 쓰면서 사는 이들이 이런 분들 입니다.

    [비오는 봄날 아침 생각나는 시조]

    가만이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는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가더라
  • ?
    문경수 2008.04.26 12:03
    출발전에 뜻깊은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임석희 2008.04.26 12:03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백북스를 통해 황룡회를 만난 것은 행운인것 같습니다!!!
  • ?
    이병록 2008.04.26 12:03
    황룡골에서 차를 마시지는 못했지만 경주에서의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소천 박영호 선생님의 촌철살인의 한 말씀도 감사드립니다.
  • ?
    이정원 2008.04.26 12:03
    김세환 원장님, 시상이 일던 그곳 황룡골에서의 나눔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
    김세영 2008.04.26 12:03
    벌써 황룡골이 그리워집니다. 황룡골의 사계(四季)는 어떨까? 그 풍광이 몹시 궁금하기도 합니다. 작고 아늑한 매죽헌(梅竹軒)에서 그 어느때보다 마음이 깊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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