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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by 윤성중 posted Apr 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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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TV. 나는 바보상자를 즐긴다.


 


개그맨 둘이 대화를 나눈다.


“에이, 바보야!”


“왜? 왜? 내가 왜 바보야??”


“너, TV에 나오지?”


"응“


”그러니 바보지...“


”뭐야~ 뭔 소리야?“


“과자상자에 뭐가 들었어?”


“과자”


“빵 상자에는 뭐가 들었어?”


“빵”


“TV를 무슨 상자라고 해?”


“바보상자...”


“그러니 네가 바보지...”


“뭐야....뭐야....!!”




 


 


최근에 드라마 이산에 빠져들었다. 시청률이 30%대라고 하던데, 나처럼 IPTV를 통하여 다른 시각에 시청하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는다 하여도 낮지 않은 시청률이다. 개혁을 하고자 하는 정조와 기존의 방식을 지키려는 신하의 대립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다. 여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천하에는 크고 작은 것이 있고, 깊고 얕은 것이 있습니다. 이렇듯 만물이 고르지 못한 것이 만물의 법칙입니다........ 평생을 어렵게 공부한 선비를 상놈과 똑같이 취급하려 하심은 하늘의 뜻을 어기시는 겁니다. 어찌하여 그러하십니까."


 


노비제를 폐지하겠다는 정조의 말에 대한 노론의 반박이다. 요즘 개그 프로 말장난의 원조랄까. 과자상자에 과자가 있으니 바보상자에 바보가 있다는 말이나, 천하에는 크고 작은 만물의 법칙이 있으니 양반과 상놈은 다르다는 말. 새로운 역사 코미디다. 코미디 소재로 역사를 다루는 건 어떨까.


 


과거의 양반과 상놈 차별을 없앴더니, 이젠 공부 잘하는 분과 못하는 놈들을 구분한단다. 신 노비제다. 우열반이 현실로 나타난단다. 친구도 성적 순따라 사귀라고 해야 하나. 시험에서 답을 맞히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현실에서도 대다수의 사회 지도층은 기억력이 좋다. 하지만 기억력 좋음이 판단력도 좋다는 뜻도 아니요, 실천력이 좋다는 뜻도 아니다. 성품이 좋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억력을 판단력, 실천력 게다가 성품까지와도 동일시하는 코미디는 재현된다.


 


(전재영 회원님이 올리신 송수권 시인의 이야기를 읽고 떠오른 생각입니다. 100북스에서만이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