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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말

by 윤성중 posted Apr 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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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아들 녀석이 저에게 묻습니다.


“아빠, 빌딩은 네모블럭으로 만들 수 있어?”


“응? 어....네모블럭모양을 한 빌딩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근데, 네모블럭 모양의 빌딩은 못 봤는데......”


(둥글거나 뾰족한 부분이 전혀 없이 네모블럭만의 빌딩은 못 봤다는.....)


 

아들 녀석이 시험을 봤답니다. 네모블럭으로 만들 수 없는 건물은 무엇인가요? 객관식 보기에는 빌딩이 있었고, 아들 녀석은 빌딩을 선택했지요. 틀렸답니다.

 

선생님 왈 “ 빌딩은 네모 모양이다!”

 

말 중에 네모난 말을 볼 때가 있습니다. 어느 곳으로 접근하려고 해도 각을 세운 말이죠. 과거의 정형화된 빌딩모양처럼. (요즘엔 빌딩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정의를 내리는 말이 저에게는 네모난 말로 들립니다. 네모난 말이 뱉어진 순간! 더 이상 끼어들 틈도, 다가갈 자리도 없어집니다. 사람의 만남을 돌이켜보면, 네모난 말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서로 상처를 받게 되는 걸 알면서도,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는 더욱 네모난 말을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급기야 네모난 말 속에 스스로 갇히게 되죠.

 

100북스클럽 왈 “100북스클럽은 무엇이다!”

 

네모의 각을 잘라내서 동그랗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더 큰 원으로 네모를 감싸서 동그랗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네모의 꿈이란 노래입니다.^^(조금 지난 노래지만, 30대분들은 기억하시죠?^^)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네모난 아버지의 지갑엔

네모난 지폐

네모난 팜플렛에 그려진

네모난 학원

네모난 마루에 걸려있는

네모난 액자와

네모난 명함의 이름들

네모난 스피커위에 놓인

네모난 테잎

네모난 책장에 꽂혀있는

네모난 사전

네모난 서랍 속에 쌓여있는

네모난 편지 이젠

네모 같은 추억들

네모난 태극기 하늘높이 펄럭이고

네모난 잡지에 그려진

이달의 운수는 희망 없는 나에게 그나마의 기쁨인가봐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걸

주윌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 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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