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중 건축학과 교수님의 ‘나는 문학에서 건축을 배웠다.’ 강연을 듣고.
‘집을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집은 어떨까?’ 라는 누구나 하게 될 궁금증을 어떻게 아셨는지 교수님의 집 소개로 강연은 시작되었다. 단무지 공장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그 집엔 교수님께서 말씀한 갈등의 치유 공간, 본인에게 힘을 주는 정적인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이 주는 힘이 있었다.
사실 어릴 적 집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랬다. 굳이 집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캠핑카를 몰고 다니며 별을 보면서 유랑하리라. 그러다 초신성이라도 발견하면 훗날 이름은 남기겠지. 웃기지도 않은 방랑 생활을 꿈꿨었다. 조금은 성장(?)을 하고 정착 생활로 돌아오면서 꿈꾸던 나의 집은 이층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밤새 별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이었다. 그래서 건축학과를 갈거라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내 집을 지어달라고 했었다. 항상 자랑스러운 듯 말했던 미래의 내 집은 누군가로부터의 '청소는 어떻게 할 거냐'는 둥 '비가 오면 어떻게 할 거냐'는 둥의 현실적인 참견에 점차 잊혀져 갔었다. 돔이라도 있으면 어떨까?! 너무 어린 시절 이야기다.
지금 나를 기쁘게 하는 공간은? 최근 내가 살고 싶다고 느꼈던 집...
정발산. 그 동네는 오스트리아 여행 중에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가 밀려오던 곳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고 싶은 길도 있었고 앞마당 정원에 물을 뿌려주면서 놀러온 친구들을 맞이하게 되는 나의 모습도 저절로 그려졌다. 이 방 저 방에서 각자의 취향대로 놀기에 바쁜 친구들을 위해, 한쪽에선 파이를 굽고 다른 한쪽에선 얼큰한 찌개를 끓이는 나는 참 행복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