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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셨습니다

by 고병권 posted Mar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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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100북스의 진화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

 

수유너머 동료들을 대신해서 이번 행사를 준비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어느 인류학자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자신이 뉴욕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관찰한 결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는데,

그것은 바로 '상황은 스스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답니다.

 

정말 많은 이들이 하나의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 일을 하는데,

무대 위에 서 있는 자들이나, 무대 위만을 바라보는 자들은

그것을 자주 잊어먹는다는 거지요.

 

잔치음식을 주관하신 황해숙 선생님을 비롯한 주방팀,

무대 아래서 빔프로젝터를 준비하고, 촬영하고, 안내를 맡고....

지금 제가 이름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 많은 분들의 표정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박문호 박사님 뇌강의야 워낙 자극적이지만,

특히 엄준호 박사님의 면역학 발표도 정말 신선했습니다.

'자기'와 '비자기'의 구별 문제는

철학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행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기도 했고, 새로운 벽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문장, 하나의 말의 배경을 구성하는 철학자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오직 '앎'의 문제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만,

상대방의 지평 안에서 그 말을 이해해보려는 '해석학적 수고'를 거부하고,

즉각적 아이디어만을 얻으려 하거나,

자기 느낌을 즉각적으로 방출하는 일,

다시 한 번 사유하기를 거부하는 일은 대화를 참 어렵게 합니다.

(저희 동료 발표에 자리를 뜨셨다고 말씀하셨던 100북스의 어느 선생님이나, 대화 진행 중 일부 분위기를 거북해하며 잠시 자리를 떴던 수유너머의 동료는 이런 어려움의 표현일 겁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사기꾼조차 자기 말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그 진실을 드러내지요.

앎 앞에서, 공부 앞에서는 더더욱 그럴 겁니다.

앎은 지지자의 환호에 의해 입증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자의 격정에 의해 반박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제는 조금 진지하고 차분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습니다만....

이번 '앎의 향연'을 열어주시고 초대해주신 것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100북스의 성장이,

우리 사회 많은 이들에게 강한 지적 자극이 될 것을 믿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