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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4 00:38

사람들을 바라본다는것

조회 수 1407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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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임 뒤풀이에서 박문호 박사님께서 하신말씀중 사람에 대한 관찰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박사님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사람 관찰하기를 아니..정확하게 말하면 사람들을 바라보는것을 좋아한것 같다.

 


사람들 틈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는것을 좋아하게된 게기는 아마도 혼자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어린시절의 기억때문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독서모임때 들렀던 "죽서루" 그강 건너편이 나의 어린시절이 있는곳이다.

지금은 차를타고 5분이면 갈수있는 그곳을 그땐 2시간 넘게 산을 넘고, 외길숲을 한참걸어야만 도착할수 있었다.

 


나의 친구는 벙어리였고,모두들 밭으로 나가고 나면 나는 종일 아무말도 없이 그 친구와 놀았다..그렇다 ..말이라는 것이 필요가 없었다.

 


나는 막연하게 TV속 사람들을 동경하게되었고,그럴때마다 "나" 라는 존재가 아닌 다른 "나" 가 되고싶었다..그게 뭔지는 몰랐지만 그때 나의 기분이였다.

나는 사물과 대화를 하거나 손가락 하나하나에 이름과 성격 , 성별을 부여하고 그 들과

(손가락)노는걸 일상으로 삼았다.

 


그러던 어느날 ..

나는 정말 말이 필요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말하는 방법을 잊어버린것이다.

벙어리가 되어버린것이다.

그리고 듣지도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순간이 너무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말하지못하던 그순간이 바로 내가 그 오지에서 사람들 틈으로 나올수 있는 게기가 되었으니깐 말이다.

 


"세상밖으로 나왔다"  라고하면 좀 웃기는 이야길까?

 


나는 20세가 넘어서까지 우울하거나 ,아니면 기분이 너무 좋거나,

혹은 여가를 즐기는 법이 한가지였다. 바로 사람을 구경하고 관찰하는일이다.

특히 늦은밤 레코드가게앞이나, 편의점, 아니면 술집입구에 앉아 밤세도록 사람들을 쳐다보는일이 너무나 즐거웠다.

 


슈퍼맨영화를 보고오던날 나는 왠지모를 자신감에 가슴이 뻐근할정도였다.

날수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어 동생과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낮은 건물에서 뛰어내린적도 있다. 하나도 다치지않은 나는 혹시 내가 외게인은 아닐까하는 생각이들었다.

ET를 보고 더 확신이 들었다. 매일밤 옥상에 앉아 그들이 나를 데려가 주길 기다리기도하고..만화 주인공에 몰입해 같은 일상을 보내기도하고,,결국 아무것도 되지는 못했지만말이다.

 


나는 나도 되고 싶지만 그들도 되고싶었다.

내가 관찰하고 바라본 그들과 하나가 되어 다른 나가 되고싶었다.

"나" 로써만 산다는것이 너무나 따분하고 지루했다.

항상 다른성격의 나를 만들었지만 그것들은 결국 내 손가락들이거나 곤충이였을뿐이고, 내가 볼수있는 영화속의 한정된 인물일 뿐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사람들을 바라본다.


이제는 아무때나  여러 사람들을 바라볼수있고, 관찰 할 수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것이 행복하지 않다.

 


아무리 바라봐도 이제는 다른 "나"가 그려지지않는다.

왜일까?

 


아직도 알수가 없다.

그냥 막연하게 내가 너무 많이 알게되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는 방법들을...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들을 바라보는것을 즐긴다.

그것이 예전에 그런행복감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을 바라본다는것은 여전히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갑자기 쌩뚱맞은 질문이 떠오른다.

혹시  우리 100권 독서클럽 여러분 ...

컴퓨터를 켜고, 앉아있는 지금 현제의 순간, 그 공간안에게

당신은 혹시 행복하세요?

 


-참!

이글을 쓰다보니 저의 가장 큰 꿈은 날고 싶다는 것이였네요

지금도 꿈속에선 항상 하늘을 날며 이 세상을 바라본답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도 제가 언젠가 날지않을까 하는 웃기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 ?
    오영택 2008.02.14 00:38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일하다가 한템포 쉬면서 전지숙 회원님의 글을 봅니다.
    어린시절 모습들이 저를 미소짓게 하네요
    잠시나마 어린시절 추억에 잠겨봅니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 ?
    이혜로 2008.02.14 00:38
    인생의 모든 희노애락은 '사람'에게서 나오는데, 그걸 차분히 관찰해볼 생각을 못했네요.
    그런 즐거운 놀이, 저도 좀 따라해볼까요?

    어릴적 에피소드는 마치 동화같아서 참 현실같지 않았는데
    잠깐 나누었던 지숙씨와의 대화와 행동들을 떠올려보니 역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입가가 환해지네요.
    지숙씨한테는 아직도 어릴적 냄새가 나요.^^

    '나'로써만 산다는 것이 너무 지루하고 따분했다.
    아무리 바라봐도 이제는 다른 '나'가 그려지지 않는다.
    -->글을 쓰셔야겠습니다. 작가의 기질이 다분합니다용^^
  • ?
    임석희 2008.02.14 00:38
    지숙씨 글은 항상 감칠맛이 난다.
    말을 안 하고, 관찰만 하다가 쏟아내는 말들이, 그 글들이 어쩜 이리 정곡을 찌르는지!!
    지숙씨 화이팅!!@@
  • ?
    이상수 2008.02.14 00:38
    저도 어린 시절이 떠 오르는 글이네요.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토토로 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을 보고 까맣게 잊고 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꿈속에서인지 상상속이었는지 피터팬이라고 느껴 마치 날 수 있을 것 기분이 들었던 기억과 더불어 마루바닥 아래 좁고 그 어두컴컴한 곳에 왜 기어들어가 밝은 빛이 나는 바깥쪽을 숨어서 내다보았는지..

    왜 우리는 어린시절을 동경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그런 순간을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지요.

    어린 시절에 읽은 피터팬 책 서두의 내용이 기억납니다.

    자! 지금부터 눈을 감고 가만히 응시해 보십시오. 그러면 저 멀리 파란 호수가가 보이고 좀더 가까이 다가가면 피터팬과 그의 친구들이 깔깔 웃으며 날아다니는 것을 볼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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