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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에서 진국 남자 고르기.

by 윤보미 posted Feb 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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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 때.. 실수한게 아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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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열흘 전. 

내 친구 Y가 소개팅을 주선해주었다.

Y의 남자친구가 아는 사람 중 가장 킹카를 골랐다면서 나에게 꼭 잘 해보라고 한다.

 

 


'킹카? 킹카? 킹카! ♬'

거울 앞에서 톡톡톡 화장을 한 후, 

겨울이라 추워서 잘 입지 않았던 치마를 꺼내 입었다.

 


타임월드 스타벅스 앞에서 만난 H씨.

(사실 그간 Y의 남자친구가 2번의 소개팅자리를 마련해 준 적이 있었다.

삼세번이라더니.. 이번에 만난 H씨의 첫인상이 가장 괜찮았다. )

 


H씨와 나는 타임월드 10층 기소야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숍 'Marie'에서 코코아를 마셨다.

여느 소개팅 코스와 비슷했다.

 


그러나 여느 소개팅과 다른 점이 딱 하나 있었다면....

(두둥!)

 


알밥 속의 날치알을 톡톡 씹으면서,

타임월드 주변 거리를 나란히 걸으면서,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차를 마시면서,

 


약 3시간동안 내가 한 이야기 대부분은 100북스 클럽에 대한 것이었다는 점?!


 

"제가 어느날 호모쿵푸스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그래서 100북스라는 곳에 갔는데요~"

"서울에서 들었던 천문학 강의에서는요~"

"젊은 애들끼리는 교차로를 하는데요~"




 

H군과 헤어질 때쯤 나는 생각했다.

'연락이 안오겠구나. '


 

헤어지고 몇 시간 후,  매너있는 H군이 문자를 하나 보내왔다.

"오늘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뵈요."

그리고 난 답장을 보냈다.

"네. 푹 쉬세요."


 

처음 본 여자가 만남의 시간 내내 웬 독서클럽 얘기만 주절주절했으니,

그 이야기를 듣느라 참 피곤했겠구나 싶어 푹 쉬시길 권장했다.

그리고 H군이 문자는 저렇게 보냈어도 다음에 또 뵐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분의 눈빛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나는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에 보자'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그 분과 나는 볼 일이 없었다.



 

이와 같은 경험 후, 난 작은 딜레마에 빠졌다.

 

내가 지금 100북스를 만나서 느낀 이 기분좋은 설레임과 흥분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일단 말을 꺼내긴 했는데, 막상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은 나와 같지 않다는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나. 앞으로는 사람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웬만하면 좀 삼가야 하나. 나만의 즐거움으로 간직해야하나. 소개팅자리에서 100북스 얘길 하는건 남자의 심리를 잘 읽지 못하여 내가 범한 실수인가.

 

그러다가. 오늘

박문호 박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중요한걸 중요한거라고 눈앞에 갖다줘도 중요한걸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아하!  아하!

 


그 사람은 중요한걸 갖다줘도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재밌는 100북스 얘길 해줘도 풍덩 빠져들지 못하고 나에게서 점점 눈빛을 거두어 갔구나.


(혹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거나. ㅋ 그러나 전자로 생각하겠다. 그게 정신건강에 좋겠지요? ^-^  )

 



암튼. 결론은.

앞으로도 나는 소개팅이나 선자리가 있으면

100북스 얘길 할 꺼다.

 


그 얘기에 관심을 보이며 눈이 총총 빛나는 사람= 중요한 걸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요,

그 얘기에 '이 여자... 뭐지....?' 하는 눈빛을 보이는 사람= 중요한걸 갖다줘도 모르는 사람!

이라는 흑백논리를 펼쳐본다. ^-^ㅋ



 

난 오늘

(지극히    100북스에발담군지얼마안된초짜회원다운   기준으로)

'진국 남자고르는 기준'을 세웠다.

 



P.S. 몇 해 더 지나 결혼이 정말 정말 하고싶은 때가 되면 위와 같은 기준은 수정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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