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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3.18

 


주말에 논현동에 다녀왔다. 안영 원장님을 뵙고 왔다.

올해 78세의 이 할머니는 당신 스스로를 "노친네"라고 폄하하시지만, 내가 보기엔... 인생의 굴곡을 다 겪은 현명함이 남아 있는 멋진 분이시다.

부드러운 손길 만큼이나 마음도 따뜻하신, 그리고 존경해마지 않는 원장님과 대화를 하는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자꾸 떠오른다.

 

이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씀을 자주하셔서 그런가???

아무튼 78세의 연세가 전혀 믿기지 않는 포근한 인상의 선생님으로부터 난 오늘 너무나 큰 사실을 깨닳았다.

 

진료를 받고, 약 30분간 선생님과 철학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살 날도 남지 않았는데, 당신이 하고 싶으신 일은

당신이 알고 계신 이론을 후세에 가능한 많이 전달하고 싶으시고,

당신이 빚쟁이에게 독촉당하지 않을 만큼이면 충분하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돈에 미친듯이 달려들겠느냐시며,

책을 마치신 후엔 장학 사업도 하시겠노라고...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라고 반복하시는 말씀은

마치 "할 일이 많아서 살 날이 많다"로 들린다고 웃으며 댓구했다.

그리고, 여쭤 보았다. "혹시 유언장 써 보신적 있으세요?"

사실... 난 사명서를 쓰려고 연습삼아 유언장을 써 봤노라고,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것을 다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마음이 편안했노라는 말씀도 덧붙였다. 내가 주는게 아니라 바라는게 있다면... 내 영혼이 영원할 수 있도록 나비가 날아가는 장례식을 하고 싶다고 말씀 드리자, 곧바로 이런 말씀을 해 주신다.

 

"임선생님..

나비가 무슨 소용인가요?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남은 자의 가슴속에 기억된다는 것입니다."

 

앗!!

머리가 뜨거워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안영 선생님의 말씀.

"난 죽으면 수장하려고 해요. 나무에 내 재를 뿌리는 거 알지요? 안영 나무... 라고 만들고, 그저... 혹시라도 날 기억해주는 이가 있다면, 아무때고 와서 내 그늘에서 쉬다가면 좋겠어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허위허식을 피한다고는 말 하는 '나'이지만, 나비 퍼포먼스와 같은 행위를 중시했던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도 " 살아 있는 사람의 가슴에, 마음에 남은 것이 바로 존재의 영원함이다"라는 말씀은 최근에 들은 명언가운데 명언이다.

 

존재의 영속성.

사실 인간 행위와 사고의 많은 부부은 "영원함"과 관련이 있다. 내세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에 관계없이 인간은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이 "영원함"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또한 영원함에 이르는 길을 보다 길게 하고자 하는 욕망이고,

죽은 다음의 세계를 믿는 것 역시 영원함을 원하는 것이다.

그 영원함.. 존재의 영원함은 바로 "살아있는 생명의 마음에 가슴속에 남는 것이다.. " 라는 말씀... 되새기고 또 되새겨볼 말씀이다.

 

다음엔 논현동 근처를 지나게 되면, 치료를 받지 않아도, 선생님과의 유쾌한 철학을 얘기하러 차 한 잔 하러 들리겠노라는 인사를 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유레카!!

산 자의 마음속에 사는 것..

이것이 내 존재가 영원할 수 있는 방법이다. ^^*

 

 

 

========

독서산방에서 "죽음"에 대한 얘기를 나눌때 했던 얘기입니다.

그날 열띤 토론을 했던 회원들과 깨닳음을 주신 선생님의 말씀을 공유하고자,

일기장에서 그날의 감동을 옮겨다 놓습니다.
  • ?
    이명희 2008.01.10 07:56
    임석희님의 글을 읽고,
    안영 선생님을 몰라 인터넷을 검색하고 알았습니다.

    우리 주위에 아름답게 사시는 분이 많다는 것을 깨닿고,
    그 분들을 카피해서,
    결국 내가 아름답게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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