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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우유

by 이재우 posted Jan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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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내가 사는 원룸엔 나와 같은 방에 한 가족이 산다.

 

아이 둘, 부모, 노모.. 내가 본 가족만 5명이다. 후배 1명을 몇 달간 데리고 있어봐서 아는데, 5명이 이 공간에서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어쩌다 저렇게 되었을꼬.
쯧쯧쯧.
이리 생각하며 측은하게 그들을 상상하곤 했는데, 우유 사러 슈퍼가면서 마주친 그 가족의 모습은 나의 생각이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데 충분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이 이곳에 오고 난 뒤 건물은 항상 시끌시끌하다.
누군지도 모를 나를 보며 인사하는 아이들 소리가 넘쳐나고, 아주머니는 뭐가 좋은지 항상 싱글벙글이다.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가족을 나는 왜 그리 생각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나의 편견과 선입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삐뚤어진 눈.

 

계단에서 1초나 마주쳤을까.

 

느낌 좋은 책 한권을 읽고 난 기분이다.


 

2008년 첫날 지금 나는 이제껏 먹어본 적이 없는 맛있는 우유를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