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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것

by 강신철 posted Jan 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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爲學日益 爲道日損(위학일익 위도일손)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것

 


노자의 도덕경 48장에 나오는 말이다. 2007년을 보내면서 우리 100권 독서클럽이 성인이 된 듯한 뿌듯한 심경으로 새해를 맞는다. "학습독서 공동체"임을 표방하고 4대 행동강령을 선포했다. 그동안 우리가 스스로 발견하고 구축한 정체성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학습독서"를 지향하면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학습독서를 지향한다고 해서 지식을 쌓는데 급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을 하나하나 배워나간다.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배운 것을 소화하여 자기 것을 만들어나갈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道이지 識이 아니다. 더구나 學은 더더욱 아니다. 學은 道를 얻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책을 열심히 읽는 것,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도 아름다운 일이지만 배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책을 읽은 결과로 지식을 얻는 것 또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하나이긴 하지만 지식을 얻는 데 그쳐서도 곤란하다.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사고의 틀이 바뀌고, 그 바뀐 사고에 따라 행동으로 나타나야 비로소 道에 이르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도를 추구하기 위해 하루하루 없애야 할 것은 무엇일까? 

 


무식, 편견, 오해, 오만, 이분법적 사고, 독단, 고집, 쓸데 없는 두려움, 공포... 심지어 우리가 지금 진리라고 믿도 있는 것 조차도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면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 다 버리고 나도 공포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면 그야말로 궁극적 道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그 궁극의 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불가지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갈릴레오, 뉴튼,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에 이르는 과학적 패러다임의 변화는 참진리의 끝이 없음을 일찌기 간파한 장자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해 준다.

 


따지고 보면 참 진리에 이르는 길이 무한하고 도를 추구하는 여정이 끝이 없기에 인생은 더욱 살맛나는 것이 아닌가? 인간이 공부해야 할 것이 유한하다고 가정해 보라. 그처럼 무미건조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새해 들어 우리 독서클럽은 더욱 성장할 것이다. 아니 무한히 성장할 것이다. 다만 그 성장이 단순히 회원수의 증가, 지식의 축적에 머무르지 말고 도에 이르는 길로 이어지고, 나아가 깨달음이 자기 가정에서, 일터에서, 사회에서, 세계 무대에서 행동으로 나타나 생명체로서 우주에 가치를 부가하는 인물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